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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경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

 

립스틱을 입술에 묻힌 채 하이힐에 발을 넣고 뒤뚱거리는 어린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어른 흉내를 지켜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정말 귀엽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을, 드디어 어른이 된 청년들의 마음속을 이번 심사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아쉽게도 어른에 대한 인식이 성인의 법적 권리에 집중되거나 패배적 정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성년이 되면 음주와 흡연이 허락된다거나 어른의 삶은 복잡하고 괴롭기에 어른이 되기 싫다는 피터팬 증후군이 그런 예이다. 슬프게도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지 못한 탓이리라.

다행히도, 다음의 작품이 청년다운 사유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대학부 당선작인 장수연의 소설 <바다, 어른>과 가작인 성채원의 시 <풀이 흔들려서 바람이 분다>, 적극적인 분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자가 바로 어른이라는 깨달음을 보여주었다. 장수연은 고교 자퇴생이 실패를 딛고 일어나 넓은 바다(인생여정)를 향해 나가는 성장과정을 담백한 문체와 서사로 그려냈다. 타인의 도움을 받더라도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결국 자신이어야 함을, 실패는 성장통이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임을 잘 전달하였다. 이동화의 시 <어른>은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어른다운 삶의 고뇌를 절절하게 형상화하였다. 어른은 자신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타인 그리고 공동체와의 관계성에도 관심을 갖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함을 전달하는 작품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고등부에서는 안타깝게도 당선작을 정하지 못하였다. 고등학생다운 감수성과 삶의 철학을 문학적 양식으로 충실히 구현한 작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문체나 사유를 흉내 내려는 작품들이 자주 보여서 아쉬웠다. 가작인 황혜리의 시 <어깨에 올라가보자>는 부모와의 심리적 갈등관계를 성찰하면서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송구함의 정서를 세련된 이미지로 잘 형상화하였다. 좋은 시인으로의 소질을 본다. 또 다른 가작인 배준혁의 시 <> 역시 부모의 헌신을 깨닫는 철이 든 아들의 정서를 귀가하는 아버지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하였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공감을 얻고 있다.

당선작에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현효정의 시 <마음을 삶았다>와 백수연의 소설 <세상에 좋은 어른은 없다>도 주목할 만하였다. 마음이 익으면 성숙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른은 마음에 상처를 가진 존재였다는 사유와 시적 표현이 참신하다. 백수연은 장면화 기법을 구사하면서 긴 호흡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작가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입상자들과 모든 응모자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 그가 바로 진정한 어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