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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부 글 부문 가작 - 이동화(한국학부·15)

 

어 른

이 동 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습관처럼 떠들곤 했다
열아홉의 마지막쯤에
눈이 소금처럼 내리는 창가에 기댄 채로
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너는 어느 대학에 갈 거니
아마 난 소설가가 되겠지
그렇게 조금 커버린 나를 상상하기도 했다

글쟁이는 집안 말아먹는다고
머리를 쥐어박으시던 할아버지
내 열아홉의 마지막쯤에 돌아가셨다
형편없는 실력에 대회에 나가겠다는 나를 
백일장마다 데려다줬던 아빠
내 스물셋 처음쯤에 돌아가셨다

이천 십 구년 시월
죽도록 더웠던 여름은 넘어지듯 지나가버렸다
나를 감싼 시간과
세상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는 게 아닐까
헛된 생각이나 하며 지내던 요즘

나는 언제 어른이 되었나

집안 말아먹는 꿈을 버리고
소중한 관계를 하나씩 잃으면
어른이 되는 건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포기하며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면
어른이 되는 건가

어디에 죄라도 진 듯 
펜을 잡아보고 또 몇 자를 써내려간다

조금 커버리기만 한 채로
잃고 견디고 포기하고 일어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