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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송호석
  • 고함
  • 입력 2016.11.02 22:09

누워서 침 뱉으시렵니까

요즘,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각 해외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수도권 대학을 포함한 일부 지역 대학교에서는 시국선언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진실을 알리려는 운동이 한창 일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지방 대학교에서는 아직까지 큰 움직임이 없다.
얼마 전, 본교 SNS ‘인제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인대전)’를 통해 시국선언에 관한 첫 게시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시글에는 ‘우리 학교는 시국선언 안하나요?’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글에 점차 학우들의 관심이 몰렸고, 이로 인해 시국선언 필요성에 대한 토론이 확대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참 시국선언에 대한 얘기가 진행되는 동안 수준 높은 주장을 펴는 학우들과 함께 한편, 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주장들도 눈에 들어왔다. 이는 인제대가 지방대학교라서 시국선언을 해도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심지어, 이 글에서는 시국선언은 지식인 교수, 학생들이 나서서 하는 선언이고 주장하며 지방대학교 학생들을 조롱하고 가볍게 판단하는 듯 한 댓글도 여럿 있었다.
우리는 소위 이런 댓글을 게시한 사람을 두고, ‘열등감’ 또는 ‘피해의식’에 갇힌 자라고 부르거나 어리석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자신이 수학하고 적을 두고 있는 본교에 대해 얕잡아본다면 자신을 멸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누워서 침을 뱉는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일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어리석은 한 마디로 인해 사회의 불합리함에 대해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학우들은 작거나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진정으로 나라가 걱정되고 안타까워서 더 이상은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이러한 용기에 손가락질하는 무례한 행동은 지양해야한다. 지방대학교라서 시국선언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실패 주의적 생각, 지식인은 꼭 수도권 그리고 명문대 학생들에 국한된 것이라는 편향된 사고방식은 이젠 버려야 한다.
필자는 지난 26일(목) 본교 정문 앞 도로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여학생을 봤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식’이 아닌, 내가 살아가야 할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한 젊은이를 말이다. 앞서 언급한 사람들처럼 ‘지잡대’라 본교를 칭하며 자신을 깎아 내리기보다 이처럼 사회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동료 학우들을 응원하며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