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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상담심리치료학과 김영우 교수
  • 오피니언
  • 입력 2016.09.12 17:18
  • 수정 2016.09.12 17:32

[교수칼럼]이태석 교양대학의 설립을 제안하며

교양한문을 수강했던 학생들에게 인제대학의 ‘인제’가 무슨 뜻이냐 물어보면 대부분 ‘어질 인에 구할 제, 즉 어짊으로 세상을 구제한다’는 뜻이라고 정확히들 대답한다. 하지만 어질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 다시 물어보면 금방 답을 하는 학생은 찾기 어렵다. 재미있는 것은 ‘어질다’는 말의 뜻은 몰라도, ‘어질다’라는 말에서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영리하거나 똑똑하다 즉 머리가 좋다는 의미일 거라고 추측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에서는 마음씨 착한 사람이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 받던 반면 아무래도 요즘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대우받는 세대이기 때문에 이런 추측이 나오지 않았을까?

 국어사전에서는 ‘어질다’를 ‘너그럽고 덕행이 높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인(仁)’이라는 한자의 유래까지 거슬러 생각을 하면 어질다는 것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모른 체하지 않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씨를 가지고 실제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그 사람의 덕행을 칭송하여 말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곧 어진 마음이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어진 행동인 것이다.

 이렇게 ‘어질다’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그러면 인제대학이 배출한 가장 어진 선배는 누구일까요” 물으면 골똘히 생각하다 열에 아홉은 이태석 신부님이라고 대답한다.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아프리카의 불쌍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온 몸을 다해 사랑했던 이태석 신부야말로 어짊을 실천한 분이라는 사실을 인제대학의 학생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이태석 신부를 거명하는 순간 학생들은 어질다의 의미를 한꺼번에 깨닫게 된다.

 인제대학의 ‘인제(仁濟)’는 백인제(白麟濟) 박사의 이름을 가차(假借)하여 만들었지만 그 의미는 한국의 대학 가운데 가장 으뜸이 아닐 수 없다. 어짊이라는 사랑의 마음씨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실로 놀라운 사명(使命)이 학교 이름에 담겨있지 않은가? 그런데 인제대학은 바로 그 놀라운 사명을 실제로 실천한 졸업생을 가지고 있기도 한 것이다.

 평소 경희대학의 후마니타스 칼리지나 이화여대의 호크마 교양대학 등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인제대학에 이태석 칼리지나 이태석 교양대학이 없음을 안타까와 했다. 한국의 돈보스코(Don Bosco) 이태석 신부님의 이름을 딴 교양 대학이 인제대학에 세워진다면 인제대학의 학생들은 선배를 닮아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씨를 기를 것이요, 어짊을 실천할 수 있는 저마다의 능력과 기술을 연마할 것이요, 한국을 넘어 세계인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성과 교양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더라도 인제대학에 입학하여 이태석 칼리지를 다니는 순간 학생들의 인성과 교양 교육은 시작되는 것이다.

 어짊으로 세상을 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큰 배움의 터에서 바로 그 정신을 실천한 이태석 신부님을 기리는 대학을 세우는 것은 우리 대학 아니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