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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법학과 한상수 교수
  • 오피니언
  • 입력 2016.08.29 18:15

[교수칼럼] 공부 잘하는 법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수도 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서 새삼 공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는커녕 지루한 잔소리, 심지어 참을 수 없는 고문으로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큰 공부(大學)를 하겠다고 대학에 들어왔으니 공부를 피해갈 수는 없는 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그러나 어려운 일을 즐기는 것이 어디 쉬운가. 공부 잘하는 신비한 비법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공부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학 4년을 지옥훈련을 받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지옥훈련을 나 혼자 받는 것은 아니니까. 공부라는 지옥훈련을 이겨낼 각오가 된 학생들에게 평생 공부에 매진해온 사람으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하는 것은 공부선배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야 된다. 내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플러스 10 법칙>이다. 이 법칙은 자기 학년에다 10을 더한 시간이 하루에 공부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이 법칙을 지키라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되지 않겠는가. 아니 일주일에 하루는 꼭 쉬라고 말하고 싶다. 잘 쉬는 것도 공부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 하더라도 4학년이면 하루에 14시간을 공부해야 하니 이것은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평이 나올 법하다. 놀면서 적당히 공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그러나 참된 행복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 법칙을 지켜라. 그러면 공부라는 지옥훈련이 행복의 나라로 이어지는 관문이라는 진리를 깨달으리라. 인간의 참된 행복은 나태함이 아니라 성취감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다음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념과 원리를 철저히 암기하라는 것이다. 내가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암기가 우선이냐 이해가 우선이냐 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암기는 이해로 가는 출발점이자 지름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암기는 이해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공부한 내용을 암기하는 과정에서 이해의 수준이 점차 높아지게 되고, 이해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완벽한 암기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 학부 수준에서 요구되는 공부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들만 소화할 수 있는 어려운 공부가 아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천재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내용이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암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분야든 중요한 개념과 원리를 철저히 암기하도록 하라. 그러면 암기야말로 공부의 왕도라는 신비한 역설을 깨닫게 될 테니까. 암기과목이 전략과목이었던 많은 학생들에게 부디 이 복음이 전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