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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지혜 기자
  • 입력 2018.11.27 15:47

이제는 중심을 바로잡아야 할 때

최근, ‘심신미약’이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 만큼 심신미약을 배경으로 한 범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해서 심신미약범의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울산에서 술에 만취한 자가 폐지를 줍던 할머니를 폭행하는 등 끊이지 않고 사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현재 많은 이들은 이러한 범죄를 처벌하는 법 조항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심신미약 범죄가 만연케 된 사회적 구조 역시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흔히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를 ‘각박하다’라는 형용사를 써 표현한다. 말 그대로 인정을 찾아보기 힘들고, 삭막하다는 것이다. 그 만큼 다들 저마다의 일들에 치여 주위를 둘러볼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쉬엄쉬엄 살아간다는 것은 나태하고, 철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에 반박치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결국 순응하며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산다. 이 가운데 주변 인물들은 물론, 나 자신 조차도 돌볼 틈이 없어지고, 그렇게 많은 이들이 만성 피로와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신음한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저마다의 방법을 찾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고, 결국 과도한 음주나 게임 등을 택한다. 이로써 모든 게 풀리면 다행이지만 언급된 바들은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유발시킨다. 가령, 과도하게 술을 마시고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던가, 지나친 게임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폭력성을 현실에서 혼동해 사용하는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서두에서 언급한 심신미약범죄가 되고 만다. 때문에 가해자를 파생케 한 이 사회의 모순된 구조도 돌이켜 생각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심신미약범이라 해도 그 가해자가 용서치 못할 범죄를 저질렀음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그에 합당한 형벌도 부과돼야 하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형법 제10조제1항과 제2항에서 이야기하는 심신미약범에 대한 감형을 근거로 해 다수의 가해자들이 이를 방패로 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역시도 분명 고려해보아야 할 문제다. 책임능력이 없는 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책임주의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한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다. 중심을 바로잡아야 할 법이 흔들린다면 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중심도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은 아님을 보여주듯 많은 국민들이 본 조항(형법 제10조)의 개정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사법부와 입법부 역시 변화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중이다. 법의 개정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바는 심신미약의 기준이라 생각한다. 어떠한 것이든 기준을 정확히 해야 그에 따른 결론 역시도 명확해지는 법이다.
이로써 범죄의 기준을 바로잡았다면 이를 집행하는 재판구조 역시도 확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의사가 심신미약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책임지며 전문성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의사의 감정을 단순 참고사항일 뿐, 재판의 결론에 큰 효력을 끼치지 못한다. 심신미약의 판단은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에 맡겨지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재판의 구조다. 판사의 재량권을 보장하는 것은 좋으나, 남용되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는 대목이다. 반드시 미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함은 확실하다.
대두되고 있는 심신미약범죄의 문제와 관련해 아직 확실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으나 그래도 변화의 물결이 보이고 있음은 분명 긍정적인 동향이다. 지나온 시간과 비례해 볼 때 급진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감으로써 올바르게 중심을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