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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지혜, 유현영 기자
  • 입력 2018.11.27 15:35

심신미약, 가해자들에게는 방패에 불과

지난달 4일(목) 경남 거제의 한 선착장 인근에서 폭행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32분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고, 결국 피해 여성은 사망했다. 같은 달 14일(일) 서울 강서구의 PC방에서도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PC방에서 일하고 퇴근하던 20대 아르바이트생의 안면과 저항을 위해 뻗었던 손을 흉기로 무차별적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어 29일(월)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민원사항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40대 남성이 경비원이었던 70대 남성을 폭행해 숨지게 했으며, 이달 19일(월)에는 울산에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70대 여성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약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발생한 위 사건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면 우울증, 만취 등의 사유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던 가해자들의 우발적인 범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큰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신미약, 감형사유?
형법 제10조제1항과 제2항에서는 각각 심신장애로 인해 변별 능력이 없는 자를 처벌하지 않고, 심신미약자의 행위는 그에 대한 형을 감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분별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형법의 기본원칙, ‘책임주의’에 기반한 것이다. 때문에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심신미약을 기반으로 한 잔혹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이들이 본 법의 시행에 대한 반대와 더불어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 목적과 취지는 좋으나, 이를 악용함에 따라 오히려 유명무실한 법조항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러한 논란은 최근 그 불씨를 키웠을 뿐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가장 명확한 시발점이라고 한다면 2008년 12월 일명 ‘조두순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부터다. 당시, 조씨는 8세의 여아를 성폭행했음에도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감형을 받은 바 있다. 이때에도 많은 국민들이 공분했으나, 법원 측의 주장은 일관됐다. 형법 제10조제1항과 제2항이 근거였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현시점까지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는 모습을 보이고, 앞선 판례들에서는 계속해서 심신미약을 이유로 살인죄를 범했음에도 낮은 형량을 선고하니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법 개정 논의 과거부터 지속적
사실상 현재 국민들이 외치고 있는 법 개정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 시점을 기점으로 해서 그 이듬해 ‘음주나 약물에 인한 심신미약’은 감경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고, 결국 당시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어 계속해서 같은 맥락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음주나 약물에 의한 범죄는 자의이고, 나아가 해당 범죄에 대해서는 감형이 아닌 최대 2배까지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
현재 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최대치에 달해 있다. 실제로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실시되고 있는 본 사안에 대한 국민청원이 100만건을 넘은 상황이다. 이를 파악한 사법부와 입법부 측은 법 개정 의사를 내비쳤으며, 이에 따라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을 전망이다.

음주운전 강화 법안 윤창호법 발의
이러한 가운데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故윤창호 씨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 내용을 담은 ‘윤창호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본 법안의 핵심 내용은 △음주 초범 기준을 1회로 제한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 △음주운전 판단 기준 알콜 농도 0.03% △사망사고 발생 시 살인죄와 동급으로 처벌 △단순 음주의 형량 최대 10년의 징역이다. 본 법안은 국회의원 103명이 지지를 받으며 발의되었으며, 의결 여부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기준 명확하게 바로 잡아야
한편,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심신장애 관련 법 조항(형법 제10조)을 바탕으로 하는 재판구조에서는 불명확성을 보이고 있는 바가 존재한다. 바로 심신미약에 대한 판단을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전권으로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따로 감정을 하더라도 이는 참고사항일 뿐 결단은 오직 판사의 재량에 맡겨진다. 이에 따라 판사의 재량권이 남용되어질 우려도 존재한다. 나아가 현행법상 심신미약의 요건은 신경쇠약·만취·노쇠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다수가 만취나 약물중독 등은 심신미약으로 포함치 않는 것을 외치고 있다. 때문에 보다 명확하고 모순이 존재치 않는 기준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