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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변주희 기자
  • 입력 2018.10.22 18:53

늘어나는 데이트폭력, 희화화 웬 말인가

연간 발생하는 데이트폭력 사건 수가 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이를 하나의 소재거리로 삼아 희화하거나 미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데이트폭력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폭력 가해자가 검거된 사건은 총 1만 건이 넘는다.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 △살인 △성폭력 △경범 등 이외 기타의 범죄로 형사입건 됐고, 이 중 폭행·상해로 입건된 수는 7,552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 1월에서 4월까지 집계된 신고 건수는 4,848건으로 예년 대비 26%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검거됐던 가해자의 재범률은 무려 76%에 다다른다.
데이트폭력이 심각한 문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나의 소재 거리로 삼아 희화화하거나 미화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웹툰 및 TV프로그램, 그리고 각종 SNS 등 다양한 연령대가 즐겨 사용하는 매체에서 데이트폭력을 소재로 삼는 경우는 어렵지않게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매체를 보고 선동이 되기 쉬운 아이들에게 데이트폭력을 가벼운 주제로 삼아 노출시키는 것은 더욱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에 따라 1차적 가해행위로 충분히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심각한 상황임에도 데이트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매체들로 인해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업신여기는 댓글들이 달리고,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고 있는 A 웹툰에서는 여자가 고백을 수없이 거절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여러 번 다시 고백하는 장면이 비춰진다. 남자는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 여자에게 화를 낸다. 뿐만 아니라 남자가 여자의 의상을 지적하며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바꿔 입을 때까지 화를 내는 장면도 나온다. 이러한 모습들은 웹툰뿐만 아니라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및 예능에도 자주 나타난다.
드라마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거나, 여자주인공이 거절의 의사를 표시해도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모습 등 명백히 데이트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보인다. 그리고 분위기 좋은 음악을 배경으로 틀면서 데이트 폭력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미화한다.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코미디 빅리그’는 데이트폭력 및 가정폭력을 희화화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 제재를 받았다. 코미디 빅리그는 지난 6월, 드라마를 패러디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한 대만 때려줘요”라고 여성 출연자가 이야기하자 남성출연자가 주먹으로 여성의 배를 때리는 장면을 송출한 바 있다. 코미디 빅리그는 이외에도 연인관계여도 남성이 여성을 온 힘을 가해 때리고 욕하는 장면이 자주 방영되어 2011년도부터 현재까지 법정 제재는 11건, 행정지도는 23건 받은 상황이다.
지난해 8월 tvN에서 방영한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이 연인의 다툼이란 뉘앙스를 풍겨 그동안 가벼운 문제로 인식됐다”며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데이트 폭력 단어의 정의를 하는 것에서부터 막혀 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이트는 국어사전에 ‘이성끼리 교제를 위하여 만나는 일’이라고 정의됐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폭력 앞에 ‘데이트’라는 단어가 앞서 나오니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데이트폭력이라고 치부하니 단순히 폭력을 가하는 행위만 데이트폭력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이라 규정지을 수 있는 스펙트럼은 넓으며, 평소 가볍게 행하던 행위가 역시 데이트폭력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데이트폭력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지난 2월 제28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여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심의 및 확정했다. 이 중 주요 4부문에 의하면 첫째, 법무부는 처벌의 명확한 법적 기반 마련과 피해자 지원조치 등 스토킹 처벌법을 제정한다. 둘째, 경찰청은 스토킹 전담조사관제 시행 및 데이트폭력 관련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하고, 112시스템상 별도 코드 부여 등 적극적 초동조치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는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 및 폭력 예방 홍보 활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대책에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