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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민아 기자
  • 입력 2018.10.22 18:51

동북아 슈퍼그리드, 핵심 기술은 HVDC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자 한국과 중국의 전력망을 잇는 ‘한·중 HVDC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슈퍼그리드
‘슈퍼그리드’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SmartGrid)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양방향, 실시간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전략망’이다.
기존 전력망에 비해 스마트그리드는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의 전기량을 예측할 수 있고, 또한 실시간 전기 요금, 현재까지 사용한 전기 요금 등을 소비자가 알 수 있어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국가단위의 스마트그리드를 하나로 묶은 국제 전력망을 슈퍼그리드라고 부른다. 전기 생산 정보 및 소비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그리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슈퍼그리드의 목표는 국가 간의 전력 공급이다. 대표적인 예로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몽골과 러시아같이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고압직류송전(HVDC) 방식을 이용해 한국·중국·일본같이 에너지 다소비 국가에 전력을 송전한다.

전기가 지나가는 길, HVDC
슈퍼그리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국가 간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고압직류송전’이다.
고압직류송전 방식은 제일 최근에 실용화된 전기 송전 기술이다. 그전까지는 교류를 활용해 전력을 송전했다. 교류 송전은 변압기를 이용해 전압을 변환하기 쉬우면서 송전 단가가 낮은 반면에 전력 손실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송전선의 저항으로 인해 전기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하는 전력 손실을 막기 위해선 교류 송전보다 직류 송전이 유리하다. 하지만 직류 송전보다 교류 송전이 널리 사용된 이유는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기가 교류이며, 직류는 교류에 비해 변압기로 전압을 변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직류 송전과 교류 송전을 합친 기술이 바로 고압직류송전 방식이다. 고압직류송전 방식은 발전기에서 나온 교류를 직류로 변환해 직류 형태로 전력을 송전한다. 그리고 다시 직류를 교류로 변환해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고압직류송전은 효율이 우수하고 안정적인 대용량 장거리 전송에 용이하다.
대표적으로 섬 도시인 제주도와 육지를 잇는 해저 케이블이 있다. 국내 최초로 고압직류송전 방식을 이용한 해저 케이블은 해남-제주, 진도-제주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엔 케이블 수를 늘릴 계획에 있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가 늘어가는 추세에 발맞춰 고압직류송전 방식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에너지 저장장치 등은 다른 발전과 다르게 직류로 전력을 생산한다. 고압직류송전을 할 때, 일반적인 발전으로 생성된 전력을 송전하려면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발전은 직류로 발전하기 때문에 교류에서 직류로 변환하는 작업이 생략되어 그만큼 효율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전류형과 전압형의 신경전
고압직류송전 방식(HVDC)은 전류형 고압직류송전(LCC)과 전압형 고압직류송전(MMC)으로 나뉜다. 먼저 전류형 고압직류송전은 손실이 적고 경제적이면서 오랜 기간동안 개발되어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 전압형 고압직류송전은 전류형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스위칭 소자가 늘어 전력손실이 증가하는 동시에 가격이 비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두 고압직류송전 방식이 상반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중 HVDC 프로젝트’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전류형 고압직류송전과 전압형 고압직류송전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 많은 기업의 관심이 향하고 있다.
전류형 고압직류송전 기술을 가지고 있는 LS전선은 저렴한 비용과 오랜 역사만큼 탄탄한 전문가층을 내세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압형 고압직류송전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효성중공업은 전류형에 비해 가격 면과 효율 면에서 뒤처지지만, 전압형만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해상 풍력의 경우 전류형 고압직류송전으론 불가능한 부분이 있으며, 역송전의 경우에도 전압형 고압직류송전이 훨씬 우수하다.
현재, 한·중 HVDC 프로젝트에서 어떤 고압직류송전 방식이 사용될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대용량 송전에 유리한 전류형 고압직류송전과 신재생 에너지 송전에 유리한 전압형 고압직류송전 중 어떤 방식이 채택될 지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두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 사이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슈퍼그리드, 평화의 지름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몽골과 러시아에 풍부한 자원과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국가 간 전기를 나눠 사용하는 것은 물론 몽골의 풍력과 태양광, 러시아의 수력에너지를 이용해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그만큼 화력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등을 줄여 환경 보호 효과도 볼 수 있다.
더불어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이 함께하는 만큼 국가 간의 경제적 이득과 함께 긍정적인 관계를 쌓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렸던 동방경제포럼에서 “전력 협력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일입니다. 나는 전력 협력을 통해 동북아의 경제 번영과 평화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며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가 불러올 평화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이 평화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섯 국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2013년 ‘재생 에네르기법’을 제정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일 북한이 동남아 슈퍼그리드에 참여한다면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해상 케이블이 아닌 육상 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큰 비용을 절약되고, 북한은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어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현재 전력 송전에 어떤 기술 방식을 이용될 큰 관심거리지만, 북한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지 역시 논의할 가치가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젝트가 북한까지 포용해 진정한 동북아시아 평화를 이루어내기를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