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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고 싶은 나라를 위하여
문갑순(바이오식품과학부) 교수 | 승인 2017.11.27 17:05

얼마 전 미국 트럼프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길에 올라 일본, 우리나라, 중국을 차례로 방문하였다. 언론은 트럼프대통령이 일본에는 2박 3일을 머무르며 아베수상과 골프도 치고 불고기 집에서 저녁도 먹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낸 반면 우리나라에는 1박만 하며 무난한 일정을 끝내고 얼른 중국으로 떠나버린 사실에 대해 매우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일본과 비교하며 그와 다르지 않는 서운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 제1의 스트롱 맨 트럼프대통령을 향해 얄밉도록 잘 처신하는 일본이 부러우면서도 질시의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심정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더 중요하게 대우받기를 원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가볍게 대우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이 1950년대 김소운이 쓴 <목근통신>이라는 수필을 떠오르게 한다. 저자는 1950년 9월 일본의 <선데이 매일>지에 실린 한국전선에 종군한 기자들의 좌담회기사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매우 충격적이다. 우선 UP통신 특파원과 <뉴스위크>부주필, <선데이 매일>의 기자 3명이 마주앉은 이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가장 크게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한국의 도시나 촌락을 불구하고 온천지에 퍼져있는 구린내였다. 이런 구린내 진동하는 나라를 위해 왜 피를 흘리며 싸워야하는가 하며 종군기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의 대한민국과 한국전쟁 중의 대한민국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때 한국전에 참가한 유엔군들이 야영하며 꾸는 꿈은 뉴욕이나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일본 긴자나 아사쿠사, 신주쿠였고 그곳의 하나코상, 노부코상이라는 대목에서는 비참한 대한민국과 선진 일본이 날카롭게 대비되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일본만큼은 아니라도 겉모습은 일본 비슷할 정도로 일신되었다. 높은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사람들은 큰 차에, 큰 집에 살며 명품 옷을 입고 지금의 자신이 이룬 부를 뻐기며 산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을 보면 묘한 열등감에 빠진다. 아직도 외국인들은 일본의 문화를 좋아하고 일본 거리의 깨끗함, 일본인들의 친절함, 스시로 대변되는 일본 음식에 기꺼이 매혹 당한다. 아직도 어떤 외국 기자는 한국인들에게서 김치냄새가 나고 한국인들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 역한 김치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다고 불평한다. 한국에서는 역한 구린내 때문에 가스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한국전 종군기자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김치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나라를 깨끗이 하는 것은 참으로 귀중한 경쟁력이다.
몇 해 전 베트남의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였다. 하노이는 거리에 오토바이가 많기로 유명하다. 거리에서는 매연이 심하기도 하거니와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겨 참으로 어지럼증이 다 날 지경이었고 어서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며칠 후 태국으로 건너갔을 때 태국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에서는 참으로 안심이 되면서 태국이 선진국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나중에 보니 태국 고속도로주변에도 휴지가 허옇게 널려있었다. 우리나라에 돌아왔을 때 우리나라의 깨끗한 산하와 잘 정비된 고속도로는 나에게 자부심을 일깨웠다. 우리가 해외 어느 나라를 방문했을 때 종이조각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모습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감탄하게 된다.
인제대학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학교로 소문 나있다. 그러나 강의실에서 보면 학생들 주변에 종이조각, 먹다버린 캔, 물병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이런 현상은 시험기간이면 더욱 심하다. 뻔히 교실 앞에 휴지통이 있건만 주변에 먹던 과자봉지, 캔 음료통을 그냥 버리고 쓰레기 더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한다. 텅 빈 강의실에는 불이 휘황하고 빔 프로젝트는 그대로 켜져 있다.
주변을 깔끔하게 하고 사는 습관은 바로 문화인의 바로비터이고 국격을 스스로 높이는 행위이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그 쓰레기 더미 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것은 자기 자신을 천히 여기는 행위이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작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기 주변을 깔끔하게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한사람 한사람이 깔끔해지면 도시가 깔끔해지고 나라가 깔끔해진다. 유치원생들도 다 하는 행동을 대학생만 되면 버리고 제멋대로 행동하니 거꾸로 되어도 한참 거꾸로 되었다. 자기 주변을 잘 관리하고 절제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나라에 누구인들 더 오래 머무르고 싶지 않겠는가. 청년들의 어깨에 아름다운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

문갑순(바이오식품과학부) 교수  ijnews@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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