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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樂찾기]집단창작촌 아트인 오리

부산과 울산의 경계, 기장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인 오리를 찾았다. 먼 거리 때문에 그간 벼르기만 했던 곳.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긴 시간동안 두 번의 버스를 갈아타는 수고로움이야 있었지만 코스모스와 들꽃이 지천이고 호랑나비와 벌들이 찾아드는 풍경을 보곤 단박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렇게 아트인 오리는 도심에서 떨어져 고스란히 본래의 자연을 안고 있는 시골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창작촌. 아트인 오리의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미술가들의 애정이 쏠릴 수밖에 없는 공간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트인 오리가 여느 갤러리와 달리 주목받는 데는 집단 창작촌이라는 예술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고향으로 둔 작가 정동명 씨가 몇몇의 지인과 함께 자유로운 창작 공간을 만들고자 형성된 아트인 오리에는 현재 10여명의 작가들이 상주하며 따로 또 같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성강한 작가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데에 특별한 규약이나 지침은 없다. 개인적인 창작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활동을 하지 않고 터만 축내면 퇴출당하기도 한단다.)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로 하는 일이 생길 때 자연스레 도모하는 것이 이 곳의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공생 방식이다.

아트인 오리의 코디네이터 정만영 씨의 안내로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니 이곳의 진가가 더욱 드러났다. 대형 설치물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작품들까지 끊임없이 창작물을 뚝딱거리는 이곳 작가들의 활동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 네모 반듯 규격화 된 공간에서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무슨 씨름을 하는지 알 길 없었던 작가들의 은밀한 작업이, 막힌 곳 없이 사방으로 뚫려 있는 개방된 공간에서 여과없이 드러났다.

한없이 정적인 공간에서 끊임없이 동적인 생산을 일으키는 그들의 활동내역은 거창한 작품이 아니고서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수도꼭지, 난로, 휴지통, 테이블 등에서 그 세심함과 번뜩이는 예술적 유희를 찾아볼 수 있었으니, 달리 젊은 미술가들이 모인 창작촌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전시공간도 이제까지 봐 온 갤러리에 비해 돋보인다. 70여 평의 널찍한 규모에 투박하게 마감한 회색벽 전시공간은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에게도 자유로운 활동을 펼치도록 독려한다.

때마침 아트인 오리에서 개인전을 가지고 있는 작가 정진윤 씨를 만나 이곳에 대한 자랑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 중인 설치 미술 작품을 이곳에서 작업했다는 작가는 그의 심오한 작품세계를 간파할리 없는 우리들에게도 자연스레 작품에 대한 소견을 들려주었다.

때마침 내가 찾은 때에 정동명 씨의 어머니께서 손수 마련해 주신 떡과 음료로 작가들과 조촐한 떡 잔치를 가지는 호사까지 누렸다. 전시 공간을 찾아 무감한 얼굴로 스윽 작품을 훑고 가는 것에 지나지 않고 이렇듯 작가들의 작업 활동을 직접 볼 수 있는 데다 작품 이야기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이곳의 일상은 관람객들에게 주워지는 너무나 괜찮은 덤이다.

http://www.artinori.com/
문화잡지 보일라 천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