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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지혜
  • 입력 2017.09.25 19:35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둘러싼 관계기관의 부실 대응

10대 범죄의 잔혹함경찰의 부실한 대응 및 사건 은폐 시도 논란학교의 솜방망이 처벌

한 SNS 페이지에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피로 범벅이 된 여학생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게시되면서 관련 사건이 일파만파 커져갔다. 이는 지난 1일(금) 오후 8시경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 위치한 목재소 공장 인근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다.

본 사건의 주된 내용은 중학교 3학년생 2명과 2학년생 2명, 총 4명이 2학년생 1명을 집단 폭행해 상해를 입힌 것이다. 당시 가해자들은 철골자재, 소주병, 벽돌, 쇠파이프 등 주위에 흩어져 있던 자재들을 이용해 1시간 40분가량 폭행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입안과 뒷머리 피부가 찢어지고, 몸 전체가 피범벅이 될 정도로 곳곳에 상처를 입었다. 사건이 확대된 것은 이 시점부터다. 많은 양의 피를 흘리고 있던 피해자의 모습을 가해자들이 사진 찍어 지인에게 보낸 것이다. 당시 폭행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의 친구가 녹취한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피냄새가 좋으니 더 때리자”, “어차피 살인미수다”, “남자를 부를 테니 성관계를 하면 풀어주겠다” 등의 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이 확대되자 본 사안과 관련한 내막이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다. 가장 화두가 된 것은 본 폭행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약 두 달 전인 지난 6월 29일(목) 오후 2시경 부산 사하구 인근 공원에서 또 다른 가해자 3명으로부터 동일한 피해자가 폭행을 당한 바 있다. 가해자 중 한 사람의 남자친구 전화를 피해자가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는 당시 폭행으로 인해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당시 경찰 측은 피해 진술 부족을 이유로 수사를 제대로 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가해자들은 신고에 대한 보복을 위해 2차 피해를 계획한 것이다.
경찰의 부실한 대응과 사건을 은폐하려는 태도도 논란의 수면위에 올랐다. 1차 폭행에 대한 수사 미흡을 시작으로 해서 2차 폭행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2차 폭행 사건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었을 당시, 경찰 측은 이를 단순한 학교폭력으로 치부했고,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나고 나서도 원인 파악을 하지 못했다. 나아가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CCTV 확보에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며, 논란이 일자 그제서야 영상을 확보하고 나서도 해당 업체에 외부로 본 사안을 유출하지 말라는 등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여론의 논란이 확대되자 경찰 측은 1차 폭행에 대한 수사 당시 피해자에게 출석요구서를 3차례나 보내고, 자택으로 찾아가는 등 다양한 경로로 여러번 연락을 취했지만 피해 진술을 받지 못해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CCTV 문제의 경우,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들에 대한 개인정보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주의를 부탁한 것이라며 논란을 잠재우려 했으나 한 번 돌아간 민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해자들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도 질타를 받았다. 가해 학생들이 저지른 행위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솜방망이 같은 처벌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가해 학생들이 속한 각 학교 측은 공동으로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고, 요양원에서 3~4일 동안 사회봉사활동을 하게 했다. 또한, 부모와 공동으로 2시간의 특별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했다. 이 마저도 일부 가해 학생들은 충동조절장애라는 명목으로 정상 참작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화) 부산 사상경찰서는 주범 2명에게 사전 영장을 청구하고, 가담 정도가 약한 1명은 형사 입건됐다. 적극적으로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폭행 현장에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망을 보는 등의 행위를 했으므로 폭행에 일조했다고 판단해 공범에 포함시킨 것이다. 형사미성년자인 1명은 소년부 송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금)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2명의 가해자 가운데 1명은 유치장에 입감됐으며, 보호관찰을 받고 있어 가정법원으로 본 사건이 바로 접수돼 이중처벌 문제 우려로 영장청구가 미뤄졌던 다른 1명의 가해자 역시도 유치장에 수감됐다. 이로써 형사처벌을 위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본교 법학과 박지현 교수와 나눈 인터뷰이다.

 

Q.최근 미성년자의 계획범죄가 소년법의 처벌 기준이 미약한 탓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소년의 폭력범죄의 원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의 실패입니다. 가정에서 잘 돌보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늘 일정하게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들에 대해 학교가 학습 및 사회화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범죄 영역으로 내몬 것입니다. 소년법이 처벌이 약한 것이 아니라 소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는 할 수는 있는데 이 현상은 소년법 없이 일반 형법만 가지고 운영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소년을 가볍게 처벌하는 경향은 소년의 일탈을 소년 자신의 책임이라 할 수 없고 환경의 책임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고 또한 환경의 변화 등 기회제공을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반 형법을 적용하여 형사재판을 받더라도 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한 감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년 범죄의 원인을 소년법에서 찾는 것은 무슨 범죄든지 처벌만 강화하면 억제된다고 하는 사고방식인데 그렇게 대응하면 처벌수위는 무한정 높아질 것이고 감옥만 넘쳐날 것입니다. 소년법 폐지 여론이 급등한 것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때문으로 보이는데, 소년법은 소년에게 사형이나 무기형을 금지하고 있는데 반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잔혹한 범죄라는 이유로도 소년에게 사형이나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문명 국가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청소년 범죄가 실제로 늘어나고 있는지 언론이 부풀린 것인지는 더 살펴보아야 합니다. 법무부가 발행하는 법무연감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2011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좌절감이 자살율의 증가와 자학적 범죄자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교-지역사회-경찰이 함께 결합한 범사회적 대책을 마련하여야 하고 학교제도와 입시제도의 잔혹성을 손보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Q.소년법 폐지 찬성 청원이 9월 15일을 기준으로 27만 명을 돌파했는데요. 소년법 폐지에 어떤 입장이신가요?
소년법을 폐지한다고 해도 형사법정은 소년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고 소년에게 함부로 사형이나 무기형을 선고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한 구금(징역형)보다는 소년에게 각각에게 맞춤형으로 부과할 수 있는 개선 처분의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부작용을 낳을 것입니다. 징역형은 일정한 기간 가두어서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기능이 강합니다. 소년은 남은 일생이 더 길기 때문에 일정 기간 가두는 것이 큰 의미가 없고 출소 후에 건강하게 살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데 징역형은 그런 기능이 약합니다. 예외적인 몇 개의 잔혹범죄를 다루기 위해 전체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은 잡초 뽑자고 밭을 다 밀어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Q.소년법이 유지될 경우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나요?
소년법은 이번 논란 때문에 개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소년법 자체는 범죄 유무를 판단하고 필요한 처분을 부과하는 기능을 할 뿐으로, 이 법을 고치기보다는 소년원법과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을 개정하여 교화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여야 합니다.

Q.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흔히 개인의 책임이냐 사회의 책임이냐를 선택의 문제로 생각하고 둘 중의 어느 하나의 답을 찾으려고들 합니다만 부패하고 무능한 사회일수록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일탈자와 범죄자들을 격리하고 배제하는 답을 선택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겨울을 거치면서 부패와 무능으로부터 한발 벗어나 공정과 민주주의의 방향으로 선회하는 전환점을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의 협력기능의 측면에서도 좀더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극한 경쟁과 낙오자 배제라는 생존법칙이 아니라 소외계층과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의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범죄도 소년의 일탈도 함께 다스려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들의 의견>

소년법 폐지하고 처벌 확실해야

현행 소년법은 19세 미만에 해당하는 미성년자의 우발적인 범죄에 대해 처벌이 아닌 교정을 행해 그들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년범이 늘어나고, 일부의 소년범 가해자들이 소년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본 법률이 가지는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일(금) 발생한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과 지난 11일(월) 무면허 여고생이 낸 교통사고가 이를 방증한다. 두 사건의 가해자 중 일부는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소년법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의 경우, 총 7명의 가해자 중 1명은 14세를 넘지 않아 형사미성년자로서 가정법원에 송치돼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관찰 처분을 받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12년부터 내려온 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을 받는 미성년자의 재범률은 10.9%로 4.5%인 성인 재범률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범죄에 대한 교정이라는 소년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셈이다. 본 사건으로 하여 형사상의 재판을 받게 됐지만, 민법상 미성년자의 울타리 안에 있는 가해자들의 형량이 그들의 가혹한 범죄 행위와 비례할지는 미지수다.
무면허 여고생이 낸 교통사고도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 나이이기에 그 처벌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덧붙여 상대방이 숨지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게 된다. 하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망사고를 냈음에도 미성년자이기에 수십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장 높은 형량을 처벌받는 살인을 범했음에도 어리다는 이유로 물질적으로 형을 대신하는 아이러니한 현행 법규에 여론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민 10명 중 9명은 소년법 폐지에 대해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소년법 폐지와 관련해 청원활동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임지혜 기자

 

폐지 반대, 그러나 개정은 필요해

소년법을 완전히 폐지하게 되면 청소년을 범죄자로 단정하는 낙인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소년법은 만 19세 미만에 해당하는 반사회성 청소년을 처벌 대신 보호·교화하여 건전하게 육성하자는 취지하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해당 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곧 죄를 지은 청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없이 완전히 성인과 동등하게 취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은 주변 환경과 교육, 경험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기판단능력이 약하다. 이런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무시하고 이들이 저지른 범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범죄를 짓지 않은 청소년은 기본적인 보호 장치를 잃게 되고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교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교육경찰청의 ‘2016년 경찰범죄통계’를 살펴보면, 한해 발생한 미성년범은 7만5757명이며 그 중 50.4%(3만8173명)가 하류층 생활수준에 속해 있었다. 반면, 상류층 미성년범은 0.8%(601명)에 불과했으며, 부모가 없거나 친부모가 아닌 가정에 있는 미성년범은 68.1%(5만6612명)를 차지했다. 이처럼 적절한 환경에서 교육받지 못한 소년들은 인격 형성이 불완전하여 사회적 경험과 범죄에 대한 인식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그 소년의 범죄에 대한 책임은 국가와 학교, 보호자 등에게도 물어야 한다.
고로 전면적 폐지보다는 개정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 7월 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28명의 의원들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형량 완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 이달 7일에는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형 또는 무기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소년에게 형량을 현행 징역 15년형에서 25년까지 높이는 법안 등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의 무용성을 발견했다고 해서 섣불리 폐지했다가는 기존의 긍정적인 기능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소년법 개정을 통해서 그간의 폐단을 개선하고 아직 자라고 있는 청소년에게 가능성의 미래를 열어줘야 한다.    

장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