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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장수정 기자
  • 입력 2017.05.29 13:38

강제력 없는 재정 감사, 신뢰할 수 있나

회칙에만 존재하는 감사위 총학 "구성 의향 없어" "모순적 세칙 개편할 것"

본교 총학생회칙 제3장 특별위원회 제1절에는 감사위원회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현재 본교에는 이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매년 한 학기가 종료되면 각 학생자치기구는 재정 감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투명하고 깨끗하게 이루어져야 할 예ㆍ결산 재정 감사가 그 방식과 절차에 있어 계속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교 총학생회칙 제92조에 학생자치기구의 회계 감사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산하 재정 감사 기구인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현재 본교에는 감사위라는 기구가 존재하지 않으며, 학생자치기구가 자율적으로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재정 감사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회칙 내에만 존재하는 감사위
본교 총학생회칙 제63조 1항에는 ‘감사위원회는 본 회에 대한 재정감사권을 가진다’고 명시돼있다. 또한 감사위는 학생자치기구의 예ㆍ결산을 감사하여 전학대회에 보고할 의무를 가지며, 재정 감사 결과 부정 발견 시 그 해당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전학대회에 건의할 수 있다. 더불어 학생자치기구는 감사위가 재정 감사에 필요한 답변 및 제반문서의 제출을 요구할 경우 자료제출의 의무를 가진다는 세칙도 존재한다.
그러나 감사위에 대한 내용이 버젓이 회칙에 명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각 학생자치기구의 회계 감사는 학생복지위원회(이하 학복위)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간략하게 이루어졌다. 학생들이 납부하는 학생회비와 제반보조금(학교지원금, 기타수익금)을 운영하는 학생자치기구의 예ㆍ결산 재정 감사가 관련 기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상의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재정 감사 요청을 받은 해당기구가 거부ㆍ무시해도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점 또한 큰 문제로 나타났다.

강제력 잃은 대학 내 재정 감사
현재 재정 감사를 맡고 있는 학복위는 감사재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감사위처럼 재정 감사에 필요한 답변 및 제반문서의 제출을 해당기구에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이는 학복위가 학생자치기구에 자치비 사용내역의 공개를 요청해도, 해당기구에서 이를 거부하거나 무시할 경우 학복위가 재정 감사를 강제적으로 집행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지난해의 경우 총학생회와 단과대의 회계장부를 학복위가 넘겨받고, 학복위는 영수증을 정리 및 확인한 후 문서로 편집하여 각 건물에 게시했다. 하지만 감사의 강제성 부재로 인해 1학기 예ㆍ결산 내역 공개 요청을 묵인한 제2대 ‘Re’글로벌경영대학 학생회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인수인계되어, 아직까지 당시의 자치비 사용내역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학복위위원장 이재경(환경공학ㆍ11) 씨는 “학부(과) 자치비 내역은 단과대에서 감사하고, 단과대와 총학생회 자치비 내역은 학복위에서 확인했다”며 “지난해 글로벌경영대 학생회 측의 경우, 학복위에서 강제적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감사위 구성적 모순 논란
일각에서는 감사위원회의 구성적 모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칙 제62조 ‘감사위원회는 전학대회에서 선출된 위원장 1인과 각 단대(동연, 총여 포함)에서 추천 받고 전학대회에 인준한 위원 7명으로 구성한다’고 서술돼있다. 그러나 이는 감사위원회의 구성단이 재정 감사를 받게 되는 각 단과대 학생회에서 추천받은 이들로 구성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에 윤동환(산업경영ㆍ12) 총학생회장은 “올해는 감사위 구성 대신 총학생회 자체적으로 통장내역을 공개하고 학복위에서 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해 아직 구성 의향은 없다”며 “총학생회칙의 구성적 모순이나 합리적이지 않은 세칙은 2학기에 선거가 진행되기 전 전학대회를 열어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 대학은 감사 기구 강화 중
본교와 달리 타 대학의 경우, 현재 감사위를 독립된 기구로 개편하고, 감사 절차 방식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올해부터 대의원회 산하에 있던 감사위를 독립기구로 개편하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예산을 운영하는 모든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감사를 전담하여 감사위 업무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추게 하였다. 영남대학교는 올해부터 일반 학우들을 대상으로 감사위원 직선제를 실시하여 중앙감사위원회를 선발하였다. 이는 지난해에 1~12월 학생회비 및 학회비 사용내역의 부재, 이월금 차이의 논란이 일었던 ‘감사 공백기 사건’으로 실망했을 학우들에게 중앙감사위원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는 계속되는 횡령 의혹에 구체적인 회계감사라는 규제 부서를 신설하는 등 감사 과정을 한층 더 까다롭게 했다. 학기 말마다 각 과의 장부와 영수증을 검사하여 △A △B △C △측정 불가와 같이 4가지 등급을 매겨 감사결과를 공개하는 등의 강경책을 제시했다.
매년 본교 학생들 사이에서 자치기구의 자치비 사용내역에 대한 불안과 의심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한 익명의 학우는 “영수증 공개 과정의 불투명성 때문에 이러한 의혹을 받는 것 같다”며 “감사위원회를 설립하고 그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주력을 다해야 한다”는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