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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樂찾기]서울의 문화공간을 바라본 지금

'역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지.' 취업난의 영향이 아니고서도 서울은 언제나 너나 할 것 없이 상경해야만 할 것 같은 당위성을 부여받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부산에서 나고 자라 이골이 난 처자에게 어느 날 한 선배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난 사회 나가면 내가 발 붙이고 산 이곳에서 일 할 거야. 친구도 친지도 모두 남겨두고 나 혼자 잘 되자고 그렇게 가고 싶지 않아.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격려하면서 도움 받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 어떤 응수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왠지 모를 아릿함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 기억들은 멀어지고 다만 역동하는 문화적 체험에 대한 갈증으로 꽉 차오른 나는 그 해갈의 공간을 무의식중에 서울이라 염두 했다. 그래서 더욱 기대된 취재길. 특별히 집중적으로 찾은 곳은 인사동, 그 가운데서도 ‘쌈지길’이었다. 지금의 인사동은 오래전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전통문화의 모습을 면면이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수혈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아이콘과 젊은 아티스트들의 등장으로 분명, 변화하고 있는 아니 변화된 인사동의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몇 년 전 인사동 중심부에 떡하니 입성한 쌈지길은 그 변화를 이끈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이 각각의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그곳은 여느 곳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의 예술 활동을 더욱 대중적으로 이끌어 내고 일반인들의 다양한 문화 소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곳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라는 것은 멀게 느껴지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재밌고 가까이 하고 싶은 것들이다.

최근 서울의 문화공간이라는 것은 ‘대안공간’ 혹은 ‘복합문화공간’ 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거나 새로이 생겨난 것들이 많다. 홍대 앞 문화공간 ‘이리카페’는 단순히 차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때때로 인디음악인의 공연 장소, 소설가나 시인의 낭독회 자리가 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항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내가 찾은 날은 전시를 진행 중인 젊은 사진 작가가 손님들을 일일이 만나 스케치북에 행복한 순간을 적어줄 것을 부탁하고 폴로라이드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전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가와 일반인 간의 적극적인 문화 소통을 이루게 하는 것이 이와 같은 공간의 힘이었다.

앞서 풀어 놓은 이야기들은 결코 서울예찬의 노래가 아니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대만큼 충만하지 않았다.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면서 좋은 이들과 신명나게 살아가고 싶은 바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은 분명 문화의 힘이 지대하다. 노래하고 춤추고 창조하고 꿈꾸는 일련의 문화 활동이라는 것은 소유할 수 있는 이들의 것으로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싶은 만인의 생활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고매한 서울의  그것으로 해바라기해야 하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천소희 / 부산문화잡지 보일라 
pufsp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