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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우승수 기자
  • 입력 2016.04.05 20:59
  • 수정 2016.04.11 18:01

[웹툰] 솔직한 우리, 우리가 바라는 우리

우리가 우리를 위로하는 방법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니?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야.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실패하고 목표에 다가서지 못해 좌절하지만, 늘 희망적인 말로 자신을 고문하고 있지는 않니? 지금껏 자신을 곱게 포장하고 있었던 억지웃음과 예절은 장롱 속에 감춰둬도 좋아. 말 같지도 않은 낙관론 따위 과감하게 털어버리고 가슴이 따가울 때 흘러내리는 눈물을 나무라지 말자.

하지만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눈물 흘리는 것만큼 외롭고 서러운 것은 없지. 그래서 가져왔어. 이건 요즘따라 힘든 널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처방전이야.

‘《우바우》를 정주행할 것!’

《우바우》는 네이버 웹툰 《우리가 바라는 우리(작가: 잇선)》의 줄임말이야. 학원물 웹툰 정도는 익히 알고 있는 너희도, 어린이 동화책처럼 아기자기한 동물 친구들이 등장하는 이 웹툰은 사뭇 낯설어 보이지? 그런데 주의할 것이 있어. 저 귀여운 친구들의 입에서 온갖 험한 말(?)들이 곧잘 뿜어져 나오거든. 실은 '어른이'들을 위한 우화라서 그래.

잇선 작가 혼자서 제각각인 배역들의 심리와 행동을 표현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캐릭터가 가진 성격이 우리의 모습을 여과 없이 비춰준다는 것이 더욱 놀랄만해. 어떤 배역은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을 무한히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시궁창 같은 삶을 살아온 탓에 타인을 신뢰하지 않고 온통 욕설을 남발하기도 해. 그런 솔직한 표현과 현실에 가까이 다가선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은 우리 삶을 극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동물 친구들이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쏟아붓는 발언들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야. 내면의 가면을 벌거벗긴 채로 보여주니 공감 백배, 친근함 천 배. 한편으로는 그동안 가면을 쓰느라 속마음을 시원하게 말하지 못했던 우리가 안쓰럽게 느껴져.

인간의 본성을 극으로 나타냈던 셰익스피어처럼, 작가는 사랑과 실패, 권태, 가난에 허덕이는 자의 우울함 등과 같은 인간의 현실적인 삶과 그 심리를 3분짜리 동물극장에 담았어.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동물 친구들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돌려 말하지 않는 담백한 말투, 때로는 심장을 관통하는 촌철살인의 말들이 우리에게 쓰였던 가면을 눈물과 함께 씻어내려 주지.

시궁창 같은 현실이라도 바라는 건 많아

청년들의 삶이 그렇지. 어떨 땐 우리들의 현실이 시궁창 같아. 우리가 꿈꾸는 삶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지 몰라. 만약 있다 해도 그 실체는 내일이라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고,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그림자와 같아.

노동력 외에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우리가 취직을 하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것처럼 《우바우》 속 캐릭터들도 구직자리를 알아보거나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몸을 담아. 자그마한 강아지가 자기 키보다 두세 배는 높이 쌓인 그릇들을 씻고 있는 모습은 실로 가엽지. 고양이가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 보러 갔는데 광속으로 탈락했을 때, 그 심정은 어떨까. 무엇보다 이런 모습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고. 어쩌면 이 웹툰은 여러 실패를 겪는 우리들의 삶과 진 빠지도록 고생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겠지.

우리는 강아지나 고양이만큼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가고, 힘 있는 사람들로부터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기 일쑤지. 하지만 우리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해. 겸양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더 행복하겠지. 하지만 현실은 이상을 따라잡지 못해 늘 제자리에서 맴돌지.

그런 의미에서 《우바우》는 ‘꿈꾸는 현실’ 같아. 꿈이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야. 꿈을 꾸는 것이 다름 아닌 현실이라 슬프지만, 우바우가 이렇게 현실에 더 가까이 다가와준 덕분에 상처받은 우리가 소소하게나마 위로받을 수 있는 것 같아.

우리는 끊임없이 광야를 걷고 있고, 여전히 그 끝은 알 수 없어. 그런 상황에서 희망적인 말들이 위로가 될지는 미지수지. 하지만 《우바우》를 보고 우리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길 바라. 힘들 때는 꿋꿋한 척하기 보다, 그냥 힘들다고 얘기할 수 있는 네가 됐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