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숨은樂찾기]펄펄 살아 숨쉬는 연극 맛보기

가마골 소극장, 액터스 소극장

부산 연극에 문외한인 당신이라도 ‘가마골 소극장’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남포동 광복동 거리에 위치한 가마골 소극장은 <오구>로 유명한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이 설립한 소극장이다. 여느 소극장이 그런 것처럼 공간을 지키기 위한 뼈저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연일 빈 좌석을 찾아 볼 수 없는 소위 잘나가는 소극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 곳은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활력 있는'운영으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여느 극단의 부러움과 질투심을 유발하는 비결은 안정적인 홍보 시스템과 작품성 및 대중성을 적절히 고려한 극 선택이다. 배우나 연출가가 때때로 홍보와 기획을 도맡아 일당 백의 승부를 벌여야 하는 여느 극단의 실정과는 달리 이 곳은 기획, 홍보, 제작, 모니터 요원까지 갖추고 있다.

비견한 예로 마케팅으로 인해 흥망성쇠가 판가름 나는 영화들을 보면 연극의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내용을 겸비하면서도 대중들의 코드에 맞춘 가마골 소극장의 연극은 연극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그것에 단박에 반해 버릴 수밖에 없는 비기를 갖고 있는 곳이다.
 
지난 5월 남천동에 자리 잡고 재개관한 액터스 소극장은 개인적으로 편애하는 공간이다.    ‘많이 망해봤기 때문에 이번엔 잘 할 수 있겠지’라며 여유있는 넉살을 지닌 극장 대표 이성규 씨도 부산 연극 역사의 초창기부터 이윤택 선생과 함께한 지기이다.

운영비가 없어 서너 차례 극장의 폐관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그. 열패감을 느꼈을 그 추억에 대한 회상은 어떤 후회나 미련으로 점철된 것이 아니라 ‘극장이 없어서 연극하는 게 재미가 없었다’는 목마름으로 설명된다. 그렇게 신명나게 시작한 재개관 첫 기념 공연은 무용극, 거문고&기타 듀오 연주회, 퍼포먼스가 섞인 연극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처럼 정통 연극만을 고수하지 않는 것은 보수적인 연극계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었다. 극을 올리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미술, 음악, 무용 등 연극 예술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든 시도하겠다는 열린 생각이 담겨있다.   

이밖에도 부산에는 몇 개의 소극장이 더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극단들이 오늘도 짜투리 공간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공간으로서의 소극장에 대한 연극인들의 욕심은 남다르다. 차려진건 많지 않지만 그들만의 남다른 맛으로 꾹꾹 눌러 담은 공간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어서다.

매번 올려지는 각각의 연극은 다르지만 이 극장이기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극장마다의 고집스러움도 다르다. 그런 다른 맛을 찾아 느끼는 건 예비 관객인 당신의 몫. 새까만 소극장의 어둠 속을 가로질러 들어가 송글송글 땀 맺힌 배우들의 대사들을 주의 깊게 헤아리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이 된 당신을 만날 수 있다.

ps. 연극 관람료가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좋은 좌석을 위해 인터넷 예매를 이용하는 것이 좋으나 공연 사이트나 각 극단의 다음 카페 등을 이용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천소희/부산문화잡지 보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