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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찾아온 슈링크 플레이션

한국 소비자원 조사 결과, 9개 품목에서 용량 축소 확인
제조 기업의 눈속임 가격 인상, 소비자의 비판 피할 수 없어

[스위스 초콜릿 제조회사 몬델레즈의 ‘토블론’ 초콜릿 중량 축소 / 출처 = 이코노미조선]
[스위스 초콜릿 제조회사 몬델레즈의 ‘토블론’ 초콜릿 중량 축소 / 출처 = 이코노미조선]

‘물가가 올랐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종종 나타났다가 조용히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슈링크 플레이션(shrink flation)’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찾아왔다. 슈링크 플레이션(shrink flation)은 ‘줄어들다, 감소하다’는 뜻을 가진 슈링크(shrink)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이다. 이 단어는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2015년 1월 트위터(현재 X)에서 코카콜라와 펩시가 음료 캔 크기를 줄여 교묘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을 슈링크 플레이션(shrink flation)이라 부른 것에서 파생된 단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11월 17일경 슈링크 플레이션이 처음 보도되었다. 토블론 초콜릿의 제조업체 몬델레즈가 초콜릿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초콜릿의 삼각뿔 개수를 줄였다는 사실을 파이낸셜 타임즈(FT, 영국의 경제 일간지)에서 ‘초콜릿 업계가 슈링크 플레이션(shrink flation)에 빠졌다’라고 16일(현지시간 기준) 보도한 것을 국내 언론사가 전달해 보도하면서 다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얼어붙었던 경제에 온풍이 불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2022년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면전’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며 물거품이 되었고, ‘식품 제조업계의 꼼수 가격 인상 아니냐’라는 여론이 형성되며, 한껏 예민해진 소비자의 시선은 식품 제조업계로 쏠렸다.

이에 지난해 12월 13일, 한국소비자원은 ‘슈링크 플레이션 식품’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된 슈링크 플레이션 식품에 대한 조사는 최근 1년간(2022.12.-2023.11.) 상품별 용량 축소 여부를 중심으로, 참가격 내 가공식품 209개(생활용품ㆍ신선식품 제외)와 슈링크 플레이션 신고센터(11.23.-12.8.)의 신고 접수 상품 53개, 주요 언론보도 식품 10개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총 9개 품목에서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참가격은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단위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128개 품목(336개 상품)의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가격정보종합 포털사이트이다.

식품 제조업계는 원가가 올랐다고 제품의 가격을 올려버리면 소비자들이 인상된 제품 가격에 의해 구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래서 제품 가격은 동결하고 양을 줄여 사실상 우회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판매량에는 타격을 입지 않는 방법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는 결과적으로 같은 가격으로 이전보다 적은 양을 구매하게 되므로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