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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칼럼
  • 입력 2023.12.11 07:56

주호민-특수교사 아동학대 신고 사건, 선과 악의 구분이 의미가 없는 싸움

올해는 유독 교사들에게 쓰라린 한 해였다. 지난 여름, 서이초 교사가 학교폭력 관련 학부모의 민원으로 고통받다 일터인 교실 구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은 찌는 더위 아래 눈물로 교권 회복을 호소했다. 검은 리본을 단 가슴팍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웹툰 작가 주호민의 특수교사 신고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며 또다시 교권이 도마 위로 올랐다. 

최근 주호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의 가방 속에 숨겨둔 녹음기를 통해 녹음한 3시간 가량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진짜 밉상이네”, “버릇이 고약하다” 등의 말을 들은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분노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동학대로 해당 특수교사를 신고하는 선택을 했다.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가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을 누가 온전히 비난할 수 있겠는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만연히 드리워져 있는 장애 혐오의 눈길을 최전방에서 선명히 받아 내치며 싸워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쉽사리 동정만을 보내기는 어렵게 했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특성상 원활한 소통이 어렵기에 녹음기를 들려 보낸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는 장애 아동의 미래를 위해 손잡고 나아가야 하는 존재이기에, 모든 장애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들려 보내진 않는다. 단 한 번의 상담 없이 아동학대 신고 절차를 밟은 주호민 부부의 대처가 못내 아쉽다. 또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문과는 달리 특수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해달라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한 것은 과연 그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특수교육 환경은 예측하기 어렵게 흘러가기에 특수교사의 언행을 완전히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애 학생도, 부모도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언행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수교사의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고 버거웠다”라는 말이 가슴 한켠에 와닿는다. 필자 역시 특수교사를 꿈꾸고 있고, 타 교과 교사들보다 1호봉이 더 높을 만큼 교육에 있어 고충이 심한 직업임을 알기에 공감하는 부분이다.

작년 9월 5일, 주호민의 아들이 통합학급(특수학생+일반학급) 시행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린 사건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 여학생의 학부모와 주호민 부부는 통합학급 시간 조율이 필요했고, 그 사이엔 특수교사가 있었다. 중간에서 양측의 요구를 조율하는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기에 그때의 스트레스가 녹음기를 가방에 숨겨 보낸 날짜인 9월 13일에 터졌을 거라 짐작된다.

이처럼 어느 한쪽을 완전히 악마로 몰아가기엔 얽히고 설킨 여러 가지 입장들 속에, 뒷짐 지고 장애인 혐오를 실천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두 마음은 완전히 무너진다. 장애 학생 부모도, 특수교사도 모두 장애 아동이 미래에 차별 없이 세상을 당당히 살아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다. 모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우영우’는 아니다. ‘우영우’는 똑똑하고, 사랑스럽기에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드라마의 폭발적 인기가 무색하게 주호민 사건에서 사람들은 다시 혐오발언을 쉽게 내뱉었다. 장애인은 똑똑하고 사랑스러워야만 사회에 속할 자격을 얻는가.

주호민을 그저 비난하고 싶어 내뱉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이 성욕을 주체 못 한다’라느니, ‘장애 학생은 특수학교에서만 수업을 받아야 한다’ 등의 책임 없는 말은 특수교사 편에 서는 응원의 말도 못 된다. 그건 그저 장애 학생의 장래가 밝길 바라는 특수교사의 마음마저 갉아먹는 혐오의 표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