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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칼럼
  • 입력 2023.12.11 07:55

글로컬대학 사업이 준 선물

우리 대학은 글로컬대학30 사업 1차 년도 최종 선정 결과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5개 예비선정 대학 명단에 올랐을 때, 우리 대학이 선정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처럼, 본 선정에서 탈락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All-City Campus를 제안한 우리 대학의 ‘대학과 도시 공생 이니셔티브’는 지방대학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모델로 꼽히며 전국 대학가의 화제였다. 교육부도 간접적으로 특별한 관심을 여러 번 표명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을까? 심지어 실행계획서의 대면 평가 때도 기대, 격려, 당부의 말을 들었지, 그런 평가과정과 늘 동반하는 불신, 비판, 우려의 표현은 (우리도 놀랄 정도로) 발견할 수 없었다.

이번 결과는 대학의 기획 능력 부족 때문은 아니다. 다른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심증뿐인 그 얘기를 지금 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바꿀 수 없던 그런 환경 요인 자체가 우리 대학이 오랜 시간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지체해온 탓일 거다. 우리의 현재 역량, 위상, 명성이 부족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견고히 지켜낼 영향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2차 선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진정으로 우리 대학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그 길로 중단없이 나가는 것뿐이다. 비전과 철학이 없이 시류에 휩쓸려 단기 사업 계획에 따라 대규모 정부 지원금을 확보한 후, 이를 운영하고 보고서 작성에 급급하다면, 우리는 프라임사업 때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정부 지원금은 오늘날 대학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그것에만 의존하는 지방대학은 결국 지속가능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정부 지원금은 우리 대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 소중한 도움을 보탤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글로컬대학 기획은 대학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처음 만들어낸 구체적 선언이었다. 그 선언에 포함된 것처럼 김해시에 제대로 뿌리 내리고, 밀양, 양산, 부산 강서구까지 백만 명이 넘는 배후 도시를 둔 대학으로 지역과 밀접하게 공생한다면, 그런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이 되지 못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이런 비전과 전략도 우리 인제대학 공동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 제도를 혁신하고, 대학 공동체 내에 만연한 패배감, 복지부동, 방관과 냉소의 문화를 걷어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진심과 전력을 다해야 할 유일한 과제이다. 함께 앞으로 나가려는 내부의 합의와 동력이 없다면 어떤 화려한 기획서도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게 되고, 어떤 외부 지원금도 근본적인 치료 없이 당장 고통만을 외면하려는 모르핀에 지나지 않게 된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우리가 쉽게 할 수 없었던 일을, 실제 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번 준비 과정에서, 학생, 직원, 교수, 재단의 일치된 마음과 행동을 보았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천억 원의 돈보다 우리 인제대 공동체를 혁신할 수 있는 이 기회가 우리에게는 더 큰 선물이다. 2차 년도 사업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