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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집게손가락’ 논란... 무엇을 위한 검열인가

논란된 ‘집게손가락’ 장면, 40대 남성이 그렸다
8차례 검수에도 지적 없었던 넥슨의 ‘꼬리 자르기’에 대중들의 비판 이어져...

[엔젤릭버스터 콘티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엔젤릭버스터 콘티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여성 캐릭터 ‘앤젤릭버스터’의 리마스터 홍보 영상 한 장면 속 ‘남성혐오(이하 남혐)’를 상징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이 삽입되었다는 주장이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됐으나 이는 과도한 ‘페미(페미니스트) 사상 검증’이었음이 드러났다. 홍보 영상 속 문제 장면을 그린 것은 ‘페미’라고 지적된 여성 제작진이 아닌 40대 남성 제작진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문제 장면은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반쪽 하트’ 제스처로, 이 같은 장면을 검수 총괄한 제작진 역시 50대 남성임이 밝혀졌다. 

해당 영상은 30여 명의 애니메이터가 투입되었는데 논란이 된 스튜디오 뿌리 측 여성 제작진은 그중 하나로, 인터넷상에서 개인 SNS가 공개되며 ‘남혐 페미’라는 공격을 받았다. 
메이플스토리 제작사 넥슨 측은 최초 콘티를 통해 손가락 자세가 등장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8차례의 검수 과정에서 손가락 자세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나 넷상에서의 논란이 지속되자 넥슨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하청사를 압박하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또한 넥슨은 26일 홈페이지에 “현재 커뮤니티에서 엔젤릭버스터 홍보물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많은 용사님(유저)께 걱정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해당 홍보물은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라고 공지하고 영상을 비공개 조치했다. 

넥슨은 이 과정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하청 업체인 스튜디오 뿌리 측에 ‘책임을 묻겠다’라며, ‘페미 사상 검증’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나 사실 확인 이후에도 별다른 공지는 게재하지 않았다.

스튜디오 뿌리 측은 논란 이후 회사에 찾아온 일부 커뮤니티 회원 등을 통해 무단으로 사진이 찍히거나 카카오톡 프로필이 넷상에 공개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또한 넥슨 본사 앞 노동계와 여성 단체의 시위에 인터넷 상에서 칼부림 예고까지 등장하며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후 게임업계는 줄줄이 ‘손가락 검수’에 나섰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M’ ‘던전앤파이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블루아카이브’ 등도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됐다는 걸 확인했다.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영상들에 대해선 비공개 처리가 완료됐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아우터플레인’ ‘로스트아크’, 님블뉴런 ‘이터널 리턴’, 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2’, 스튜디오 비사이드 ‘카운터사이드’ 등도 공지 글을 올렸다. 

게임업계가 일방적 ‘남성 혐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실제 혐오 맥락과는 관계없이 동조하는 행보에 대한 대중들이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단 게임업계뿐 아니라 이는 일반 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과거 ‘GS 리테일’의 포스터 논란 건을 시작으로 최근 ‘포스코’, ‘삼성전자’ 등의 이미지에서 ‘집게손가락’이 나와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으며 해당 이미지를 수정하거나 비공개 처리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기업의 행보가 사태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겨레에 따르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마우스 잡는 손 모양까지 다 집게 손이라며 찾고 있다”라며, “기업으로서는 소비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수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문제가 된 집게손가락은 과거 2015년 폐쇄된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대표 이미지로, 작은 것을 상징하는 집게손가락이며 이는 곧 남성 성기가 작다는 비하의 제스쳐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제스쳐라, 혐오 맥락을 신중히 따지는 것이 핵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