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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사설
  • 입력 2023.11.08 15:36

여전히 이태원 참사 외면하는 대통령

지난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작년 그날은 그야말로 생때같은 159명의 젊은이들이 서울 한복판을 걷다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발생한 사상 초유의 날이기도 했다. 참사 직후 대통령은 ‘국가는 국민 안전에 무한 책임’이 있다던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한다’며 모든 책임을 고위직이 아닌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애도로 포장된 정치 음모론’을 거론하며 영정도 없고 위패도 없는 분향소에 스스로 5일이나 조문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1주기 추모식에도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계속되었다. 유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추모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애도를 표해줄 것을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야 4당이 공동주최하는 정치집회’ 운운하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랬던 대통령이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측근들과 함께 별도의 추도예배를 가졌다. 거기에서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시 한번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상주 없는 빈소에 가 위로를 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불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은 전국,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이태원 사고 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성북동 교회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궁색하고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사우디 순방 뒤인 26일 귀국 첫 일정으로 ‘박정희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행사엔 ‘정치적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인가?
이태원 참사는 국가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빚은 참사다.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을 밝히는 것은 결코 정쟁일 수 없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대통령은 “저와 내각이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반성은 참사에 대한 태도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