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북파인더] 악(惡)은 평범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960년 5월 11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한 남자를 추적 끝에 납치검거했다. 이후 1961년 12월 15일 텔아비브의 공개재판에서 당시 그는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이름은 아돌프 아이히만, 나치 독일 당시 친위대 장교이자 홀로코스트의 최고 책임자로 6백만 명이 넘는 유대인 학살을 실질적으로 자행한 인물이었다.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많은 이들이 그가 과거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재판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그는 오직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라는 말만을 반복하여 자신의 죄를 모두 부정하였다. 그렇게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그는 죄를 뉘우치지 않고 죄책감 또한 가지지 않은 채 죽었다.

그러나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아돌프 아이히만은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살인자이자, 용서받지 못할 악인이었지만, 동시에 한 아이의 다정한 아버지이자 옆집의 친절한 이웃 주민이었다. 재판 전까지 그의 이웃들은 그가 그런 끔찍한 학살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해당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럴 인물이 아니라며 부정하였다. 이를 보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저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다. 즉 악행이 특별하다거나 처음부터 악한 마음을 가지고 생겨난 것이 아닌 정말 평범한 인물이 어떤 사회의 구조나, 명령에 의해 악(惡)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로 과거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 당시 군인들의 강제 진압으로 인해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 당한 일이 있다, 이는 군인들이 모두 악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한 것이 아닌 상관에 의한, 당시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임을 보여준다.

해당 주장은 우리 스스로가 현재 사회에 대하여 돌아보게 만든다. ‘악의 평범성’은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사회 구조적 문제인가, 아니면 개인의 악의에 의한 것일까. 만약 개인적인 악의에 의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렇게 주장하는 ‘악’이란 무엇인가?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악’에 대한 원초적인 의미까지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