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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칼럼
  • 입력 2023.09.05 00:01
  • 수정 2023.09.05 00:03

더 이상 범죄에 노출되지 않은 곳은 없다

어릴 적 부모님께선 길에 돌아다닐 때 이어폰을 끼면 차에 치일 수도 있어 위험하다는 말을 하셨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나니 늘 사람 많은 곳으로 다니라는 말을 하셨다. 맞다. 뉴스를 보면 범죄 현장은 늘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파가 넘치는 곳에선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생각이 틀렸다.

지난 7월 26일, 대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봤다. 경기도 분당 서현역 주변에서도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범죄가 일어난다는 말은 옛말일 뿐, 언제 어디서 범죄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칼부림이 일상이 된 사회가 된 것이다. 

이상하다. 마치 칼부림이 하나의 챌린지인 것마냥, 너도나도 커뮤니티에 칼부림 예고 협박 글을 올린다. 칼부림 예고 작성자만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검거된 피의자 중 절반은 “재미로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어째서 끔찍한 범죄가 일종의 재미가 된 걸까? 

이제 길을 나서면 낯선 사람은 누구든 경계하게 된다. ‘저 사람도 칼을 들고 있진 않을까?’, ‘오늘 길을 가다 칼에 찔리진 않을까?’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고, 서로를 혐오한다는 현실이 참 야속하게 느껴진다. 미래도, 희망도 없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칼부림을 일으킨 범죄자들은 범행 동기로 열등감, 분노, 박탈감을 얘기한다. 나는 불행한데 남들은 행복해 보여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열등감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고, 박탈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타인을 해하는 행위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하거나, 지인들과의 시간을 보낸다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음을 잡는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갉아먹는 이를 바라봐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곪아가는 사회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니까. 

더 이상 흉악 범죄들이 일상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회로부터 고립돼 있는 이들을 치료하도록 하고, 가해자에겐 엄벌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서사가 있더라도 범죄의 타당한 이유가 될 순 없다. 가벼운 처벌은 결국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 그게 설령 가벼운 장난이었다 한들, 사회에 공포를 심은 데에 일가견 있는 이들에겐 엄벌을 내려야 한다. 사회를 향한 나의 시선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피로 물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