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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칼럼
  • 입력 2023.09.05 00:00

대학자치를 위한 민주적 총장선출제도의 확립

지난 8월 22일 오후 학교법인 인제학원(이하 법인) 이사회에서는 제9대 인제대학교 총장으로 전민현 후보를 선임한다고 알렸다. 사립학교법에 의거하여 법인 이사회는 총장 선임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들의 민주적 선거 절차에 의해 1순위로 추천된 후보에게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었고 또 그러한 사정을 해명한 바도 없었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등교육의 공적인 역할과 의의를 고려할 때, 비록 사립대학일지라도 총장 선임에 대한 법인의 권한은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치권이란 상위규범과 조화를 이루는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국내 대학의 총장을 선출하는 직선제, 간선제, 임명제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나 80년대 후반 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왔다. 현재 다수의 국립대는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립대는 법인에 의한 임명제나 간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총장직선제와 간선제는 법인 이사회가 아니라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를 잘 반영하기에 임명제보다 민주적인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직선제는 대학 자치에 기반하여, 대학구성원의 참여를 고조시키고 대학 민주화와 자율화에 기여하지만, 과열 선거로 인한 학내 파벌 조성 등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간선제는 총장선출을 위한 대의원(선거인)을 선출한 후, 대의원 투표를 결정하는 방식이나 소수 대의원간의 담합이나 편향성이 있을 수 있으며, 대의원 선출 과정에서 직선제와 같은 과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우리 대학은 간선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제7대 총장(후보)선출 당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 29명)를 운영하였고, 제8대와 제9대 총장(후보)선출 시에는 ‘선거관리위원회’(총 13명)과 ‘선거인단’(총 63명)으로 이분화해서 운영하였다. 특히, 학생의 참여 비율이 제7대 당시 6.9%에서 제8/9대에서 12.7%로 늘어난 것은 대학 자치의 주체로서 학생의 역할과 의무를 확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난 총장선거 주요 과정을 되짚어 보면, 6월 말에 이사장 및 총장 등의 추천에 의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후, 7월 중순 총장 초빙공고를 진행했고, 이후 한 달여간 ‘조용한’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최종 투표일인 8월 18일을 고작 1주일 앞둔 시점에 전체 교직원 투표로 각 단위별 선거인을 추천(선출)하였고(학생 선거인은 총학생회 주관으로 민주적으로 선출), 그 선거인만이 총장(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였다. 그 짧은 기간 내에 굳이 두 번의 투표 절차를 거쳐야 했었냐도 의문이지만, 단위별 선출된 선거인이 소속 단위의 의견을 수렴할 기회도 없었으며, 선거인이 소속 단위의 의견을 대표해서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김해 교원의 경우,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선거인으로 편향성의 한계를 없애기 힘들었다. 선거인단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무작위 선정 등의 방법을 고려했었어야 했다.

이 모든 절차는 고작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진행되었다. 그 기간 동안 우리 대학에는 선거 과열에 대한 우려보다는 무관심이 더 큰 걱정거리이지 않았던가? 과열 선거에 대한 우려가 없다면 총장직선제가 간선제에 비해 더 장점이 많다. 다만 한가지 더 직선제의 난제로 들 수 있는 것은 상이한 구성원 간의 투표권 배분이다. 가령, 교원 1표와 학생 1표를 어떠한 비율로 계산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우리 대학은 그동안 선거인단 등의 구성에서 이를 충분히 검토했었다. 제8/9대의 경우, 김해 교원은 38.1%(24/63), 학생은 12.7%(8/63)으로 배분하였는데, 이 비율을 각 단위별 가중치로 하여 직선제 투표수를 계산하면 된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대학 구성원들의 능력과 의지를 반영해야만 의미가 있다. 학생과 교직원, 등 모든 대학 구성원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대학 자치를 위하여, 그리고 지속가능한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하여 대학 구성원들이 함께 민주적 총장선출제도를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