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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사설
  • 입력 2022.09.05 18:45

지역대학 죽이는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

 지역과 지역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역 균형발전은 늘 국가의 중요한 과제였고 또 대통령 후보의 중요한 공약 중 하나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심각성을 인식하고 당선자 시절인 지난 4월 6일 전국 17개 시·도 지사들을 만나 경제와 산업적인 측면에서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실제 내놓는 정책은 이런 “지방시대” 약속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7월 19일에 발표한 반도체 산업인력 양성방안이다. 그 방안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력을 15만 명 더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내년부터 2027년까지 반도체 학과 정원을 5,700명을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에 부족한 인력을 선제적으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칭찬할 일이다. 미래의 핵심적인 먹거리를 위해 미리 인력계획을 세우는 것은 정부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책의 내용과 결과다. 교육부는 그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학의 ‘지역 구분 없이’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정원을 증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당연히 반도체 산업 관련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 대학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지역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고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를 우려한 7개 권역 지방대 총장들도 8월 31일 기존 정부 방안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지방대도 살리고 부족한 반도체 인력도 충분히 양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면 그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보다 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