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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칼럼
  • 입력 2022.09.05 18:33
  • 수정 2022.09.05 18:43

민물고기와 바닷고기

 

살아있는 생물체에게 주변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식물의 경우는 일반적으로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토양의 양분을 섭취하고 자라지만, 물고기는 오히려 물속이 아닌 땅으로 나오는 순간 고통스러워하다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물고기도 사는 물의 환경에 따라 민물고기와 바닷고기 두 가지로 구분된다. 비록 페트병에 민물과 바닷물을 담아두고 육안으로 맞추라고 하면 전혀 구분할 수 없지만, 물고기들에겐 육안으로 구분 안 되는 두 종류의 물이 치명적인 환경 차이로 느껴진다. 가정에서 수족관에 물고기를 키울 때에도 바닷고기는 바닷물을 넣어주고, 민물고기에겐 민물을 넣어주고 키우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하지만, 우리는 민물고기는 민물에 사는가 보다 생각하고 바닷고기는 바다에 사는가 보다 생각하지 두 가지 물고기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민물과 바닷물은 염분 차이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민물고기와 바닷고기가 살아가는 방식 또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는 삼투압에 의해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방식이 전혀 다른 구조를 하고 있다. 

민물고기의 경우는 민물보다 체액 농도가 높아 삼투압에 의해 물이 민물고기의 몸속으로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배설기관을 통해 물을 몸 밖으로 배출해냄으로써 주변 환경에 적응한다. 바닷물고기의 경우는 반대로 바닷물의 이온 농도가 체액보다 높아 몸에 있는 물이 오려 외부로 계속 빠져나가게 되어 탈수현상이 생기므로 이를 막기 위해 바닷물을 계속 마셔야 하고 몸속으로 들어온 바닷물은 장속에서 역삼투 방식으로 물은 몸으로 전달하고 불필요한 염분은 아가미를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물고기 중에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생선의 경우는, 경험적으로 민물고기와 바닷고기를 쉽게 구분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생소한 물고기의 경우는 이를 민물과 바닷물에 넣어보지 않고서는 이 물고기가 민물고기인지 바닷고기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물고기에만 해당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인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현재 그가 속해있는 환경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는 다른 환경에서의 적응 능력을 전혀 예측 또는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태어나고 자란 민물(또는 바닷물)에서의 생기 넘치는 모습만 보고는 민물이든 바닷물이든 상관없이 현재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정치권 인사들 역시 민물고기와 바닷고기의 한계를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오로지 자기가 나고 자란 민물(또는 바닷물)이 아닌 다른 물에서는 전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최근 들어 너무도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고기의 경우 민물고기와 바닷고기라는 경계가 엄격히 구분되는 것만은 아니다. 민물과 바다가 혼합되는 기수역에서 자라는 “기수어”는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사는데 이들은 민물고기와 바닷고기의 체액조절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물론 다양한 물고기 중에 극히 일부이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기수어로 다시 태어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자기가 선호하는 민물(또는 바닷물)이 비록 아니더라도 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스스로 적응해나가려고 하는 노력은 기울이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는 나 자신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것 같다. 지방 사립대라 학과 생존이 점점 어렵다는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렵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어떻게든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먼 앞날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