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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인제문화상
  • 입력 2021.10.31 20:36
  • 수정 2021.11.01 12:08

[제38회 인제문화상] 글 부문 심사평 - 한용재 국제어문학부 교수

인제미디어센터가 주관한 제 38회 인제문화상의 글 부문에서는 아쉽게도 당선작이 없이 두 작품만이 가작으로 선정되었다. 하나는 지강원의 소설<나를 찾아줘>이고, 다른 하나는 오수완의 소설 <메타버스>다. 지강원은 성매매를, 오수완은 살인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선정성에 대한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소설은 응모 주제인 2030 세대를 특징적으로 묘사하였다. 심사자는 이를 높게 평가하였다.  

먼저 지강원의 <나를 찾아줘>는 ‘콜걸’ 지율이 한 ‘손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소지품을 강탈당하게 되자, 사건 현장 근처에 살고 있으면서 그녀의 존재만 인지하고 있을 뿐, 그녀와 아무런 관계도 없던 지훈이 그녀에게 우연히 도움을 주게 되면서 그녀와 고독을 공감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얼핏 보면 지강원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상존했던, 진부한 청춘의 ‘존재 고독’ 정도로 평가절하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강원은 “블랙 볼캡”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식상한 ‘존재고독’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다. 그 결과 2030 세대가 처한 현실이 뚜렷이 시각화된다. 뭐랄까. 마치 “볼캡”을 단단히 쓰고 마운드에 오른 투수처럼, 2030 세대는 세계를 고독한 승부의 경기장으로 탈바꿈시킨다. 단 한 번의 실투로도 강판될 수 있는 투수에게 타자석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그(녀)가 공감의 대상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훈의 도움으로 형성된 지율과 지훈의 ‘참 이상한 견제의 관계’는 2030세대가 처한 이 같은 냉혹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지강원의 <나를 찾아줘> 못지않게 오수완의 <메타버스>도  2030 세대의 변별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현실에서는 사회 경제적으로 보잘 것 없지만 메타버스의 가상 공간에서는 나름 셀럽의 삶을 살고 있는 종현이 현실 속의 연예인을 익명으로 모함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분별하지 못하는 어느 낯선 사람에게 우연히 살해된다는 이야기다. 작품의 구성이나 전개,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등 소설 형식의 기법으로만 본다면,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평범해보였다. 심사자를 주목하게 한 것은 전통적으로 문학에서 심오한 주제로 다루어 왔던 죽음이라는 주제를 오수완이 다소 색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메타버스 시대에 어차피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2030 세대에게, 아니 이미 현실에서조차 ‘부캐’가 자연스러워진 그들에게, 죽음은 존재의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그저 수많은 내 아이디 중의 하나가 지워지는 사건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만큼 자살이나 살해도 호들갑스럽게 반응해야 하는 어떤 윤리적 참극이라기보다는 그저 담담한 일상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메타버스의 세계에서는 죽음조차도 초월적 지위를 상실하게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