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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하늘, 이채영
  • 대학
  • 입력 2021.10.04 14:23
  • 수정 2021.10.05 16:21

[한글날 특집 이어말하기] 세종대왕이 환생했다

이 이야기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실시한 릴레이글쓰기로, 댓글을 통하여 오직 '한글' 문자만을 사용하여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인제대 학우들의 참여로 이루어졌습니다.

START!

세종대왕이 환생했다. 대한민국의 20살 청년으로.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어떤 말을 들었다.

“총각, 총각!” 뒤를 돌아보니 한 할머니가 서 계셨다.

“무슨 일이세요?”

“기억이 많아서 불편하지? 하지만 이 모든 일에는 전부 이유가 있다네.”

“네? 그게 무슨.”

다시 돌아보니 의미심장한 이야기만 남긴 채 사라지고 없었다.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빵!” 굉음을 내는 마차의 소리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넘어지고 말았다.

“괜찮으세요?”

초연한 얼굴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고 그만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희, 내가 몰래 사모하던 그녀였다. 애써 괜찮다며 어색하게 웃어 보인 뒤 도망치듯 앞에 보이는 가게를 향해 달렸다. 근데 이건 무슨 광경인가? 사람들이 내미는 종이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아니... 이것은 과인이 아닌가!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몇몇의 장면들이 스쳤고, 익숙한 건물이 떠올라 발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 주택 앞. 손이 움직이는 대로 도어락을 눌렀다. 삑삑삑삑 철컥.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우이이... 나는 이상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이 집의 지하실이었다. 나는 두려운 마음과 호기심으로 문을 열어보려던 그때! 뒤에서 나를 찾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똑똑, 계세요? 안 계시나요?”

소리를 듣고 지하실을 뒤로한 채 현관으로 향했다. 순간 “아 없을 리가 없는데... 눈치챈 건가?” 하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문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똑똑똑, 진짜 안 계세요?”

문득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희! 그래 수희였어. 근데 수희?’ 나는 머릿속에 물음표들이 끊임없이 늘어갔다. 수희는 내가 사모했던 그녀. 그런데 그녀는 분명 죽었다. 나는 오래전 가슴 저리게 그리워하던 수희를 다시 만났다는 기쁨과 함께 왠지 모를 싸함이 방 안에 번지는 게 느껴졌다.

다시 발을 돌려 지하실로 발을 내디딘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기에는 내가 전생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빼곡히 진멸됐었다. ‘아니 이 물건들이 어찌 여기에?’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내가 전생에 사용했던 것들이 눈앞에 보이니 반가웠다. 그것들을 보며 나는 전생의 추억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행복도 잠시 이럴 때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왜 이 청년의 집에 이 물건들이 있을까? 이 청년은 어떤 청년인 걸까?’ 단서를 찾기 위해 지하실을 둘러보았다. 방을 찬찬히 둘러보다 갈색 기둥 옆 낡은 거울을 발견하곤 서서히 다가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막상 두려워 더듬더듬 거울 쪽으로 발을 옮겼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거울에 비친 의문의 청년은 바로 오래전 젊은 시절의 내 얼굴이 아니겠는가! 나는 한참을 놀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곤 방을 뛰쳐나와 생각했다. ‘아니 내 예전 얼굴로 돌아온 것은 한없이 기쁘나,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아직 이곳 어딘지 수희는 또 왜 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겠는데’ 나는 방을 뛰쳐나와 계단에서 거친 숨을 고르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과 함께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움찔. 손끝에 스치는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서서히 눈을 떴다. ‘여기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수희가 부스스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전하, 잘 지내셨사옵니까?”

이 말투는… 수희였다. 황당해하고 있는 나에게 지금 나는 이 시대의 20살로 환생을 했고, 수희도 전생의 기억을 가친 채 나와 함께 환생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길에서 넘어진 나를 보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의 뒤를 밟았다가 집에서 쓰러진 나를 본 것이었다.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였고, 제대로 된 결론이 나지 않자 한숨만 푹푹 쉬던 그때 어디선가 알람이 울렸다. 알림을 보려던 순간 수희가 급히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하, 기억이 좀 돌아오십니까?”

당황하며 뜬금없는 말을 하는 수희를 보니 문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던 말이 생각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왠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들키면 큰 사단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했다.

“그래 수희 너는 어떤 연유로 우리가 이곳에 있는 것 같으냐…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구나”

“송구하오나… 저도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전하...”

고개를 살짝 숙여 잘 보이진 않지만 미묘하게 수희의 눈길이 한곳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시선 끝에는 내 휴대폰이 있었다. ‘왜 내 휴대폰을 불안한 듯 보고 있을까?’ 그런 고민을 밤마다 하며 생각 한지도 2일이 지났다. 결국 난 수희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어째서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 수희가 문을 두드리며 한 말은 무슨 뜻인지. 이런 기이한 상황에서 내가 눈치를 채면 안 되는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분명 수희가 뭔가 아는 것이 분명한데,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피하려고 할 거다. 일단 수희의 경계심을 풀어놓자.

 

***

수희의 장단에 맞춰준지도 2주가 지났다. 수희는 그동안 나의 건강을 문제 삼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했지만 종종 수희가 나갈 때면 함께 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꾸준히 전생의 기억을 되찾고 처음 만난 의미심장한 말을 한 그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더 이상 그 길에서 할머니를 마주칠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수희는 안심을 하고 나를 편하게 대해주었다. 나 또한 수희와의 시간이 즐거웠고, 처음 들었던 그 의심스러운 수희의 발언은 사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희와 내가 함께 길을 걷고 있던 중 내가 찾던 그 할머니를 드디어 마주칠 수 있었다.

“그려... 얘들아. 이번 생에서는 행복해야 된다.”

그 말을 듣고 수희를 쳐다보자 수희가 할머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수희와 할머니께 물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수희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나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줬다.

“내가 도서관을 가는 길에 내 앞에서 할머니가 쓰러지셨어.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할머니의 짐을 들고 같이 할머니가 가시는 곳까지 가줬어.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나에게 요구르트 하나를 줬는데, 그걸 마시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면서 내 전생의 기억이 돌아왔어. 하지만 할머니는 사라지시고 없었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이도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거야.”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할머니를 바라봤다.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기억이 나지 않는가...?”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더니 기억이 잠시 떠올랐다. 다시 할머니와 눈을 마주하니, 하교를 하던 중 할머니의 과일상자를 들어줬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 나 또한 이 할머니께 요구르트를 받아 마시고 전생의 기억이 돌아온 것이었다.

“너희는 아주 오랜 과거부터 연결된 인연이지. 하지만 번번이 이어지질 못했어. 하늘에서 그냥 바라보기엔 너희가 너무 딱했다. 전생에서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 삶에서라도 이어져서 행복하길 바란다.”

그렇게 할머니는 또다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 THE END -


*** 이후의 내용은 담당 기자단이 내용의 흐름에 맞추어 이어쓴 결말입니다.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사실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