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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신혜인
  • 사회과학
  • 입력 2021.08.29 21:04
  • 수정 2021.08.30 11:53

페미게이트의 진실

 

5월 5일, ‘조직적으로 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을 주입시키려는 교사 조직이 있는지 실체를 밝혀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위 내용은 현재로서는 사실인지 아닌지 명백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며 “철저히 수사해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구했다. 청원 내용은 온라인에서 ‘페미게이트’라고 불리며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공유되었다. 이에 대해 7월 19일 청와대는 “청원인이 지적한 웹사이트의 진위 여부 및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7월 20일 정의당은 ‘페미게이트’ 논란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의혹으로 성평등 교육 자체가 찬반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사이트에는 ‘잘 따르지 않는 학생은 간접적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심리적으로 위축시켜라’는 등의 게시글이 저장되어 있다며 “만에 하나라도 교사가 관련되어 있다면 교육자로서 자격을 의심케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의 배후로 지목된 학회 단체는 학술 단체로, 해당 사이트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잠깐 짚어보아야 할 점은 페미게이트를 비롯한 젠더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현재의 시대적 맥락이다. 젠더‧어펙트연구소의 권명아 교수는 한국 경제 흐름 속에서 청년 실업률이 그 어떤 세대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른바 ‘취업 전쟁’인 지금, 청년들이 목마르게 기다려온 정책은 어째서 논의되지 않는지 묻는다. 고용 구조 개편, 대기업 책임 강화, 경제 민주화 등의 시급한 정책 과제 이행 대신 페미게이트와 같은 젠더 갈등 프레임이 들어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별을 갈라 서로를 적대시하는 젠더 갈등을 선동의 도구로 삼아, 주요 의제들은 조용히 뒤안으로 사라지게 하려는 조작적 은폐는 아닐까.

페미니즘은 쉬 극단의 사상으로 취급 혹은 오해받곤 한다. 마치 기존의 역사와 사회 뿌리 근간을 뒤흔드는 부정함, 피해주의의 근원지처럼 말이다. 하지만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의 연구자 김선기는 “페미니즘을 성별 이분법에만 의존하여 설명한다면 젠더 갈등의 맥락 안에서만 유통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평등하고 차별없는 세상을 지지하기 위해 태동한 페미니즘이지만, 성찰적으로 이해되기 어렵고 낯선 개념인 ‘젠더’가 필연적으로 끼어든 탓에 누구나 불붙이기 쉬운 ‘불쏘시개’가 된 것. 페미게이트가 실재하는가? 라는 질문 이전에 일반적인 ‘포털 검색’ 수준으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취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폐막한 도쿄올림픽에서도 안산 선수에 대해서도 페미니즘 논란이 있었다. 기량이 뛰어난 여성 선수의 머리가 짧은 것이나 특정 말투에 대해서 불신하고 ‘금메달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페미니즘의 진보일까 퇴보일까? 바야흐로 백래시의 시대인 것일까, 그저 흔들리면서도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적 광장에 문(게이트)을 달아 줌으로써 그 곳을 오가는 이들의 행보가 더욱 분명해졌으며, 이 광장에서의 논쟁이 그저 소모적인 싸움으로 끝나지 않도록 모두의 ‘진보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