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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지현
  • 사회과학
  • 입력 2021.08.29 21:03
  • 수정 2021.08.30 11:48

동물의 희생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리다


한 해 400만 마리의 동물들이 차가운 실험실에서 죽어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조사한 2020년 동물실험 건은 414만 1,433건으로, 전년 대비 11.5%가 증가했는데 이는 동물실험 실태조사 기간 중 역대 최대치다.

인류발전의 이면, 동물들의 잔혹사

토끼의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고 눈에 마스카라를 천 번 이상 바르는 영상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토끼의 눈 점막을 이용해 화장품의 화학물질 반응을 확인하는 ‘드레이즈 테스트’다. 영상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동물실험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동물실험은 한순간에 실행된 것이 아니다. 인류발전의 씨앗이 돋아날 즈음에 동물들의 희생도 함께 시작된 것이다. 바야흐로 1957년, 소련과 미국의 우주탐사 경쟁시대 한 마리의 유기견이 희생됐다. 구소련의 첫 우주 탐사견 ‘라이카’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던 라이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우주선에 올라탔고, 별이 되었다. 이어 탐사견 ‘벨카’와 ‘스트렐카’도 우주로 보내졌지만 이들은 무사히 돌아왔다. 이로써 인류에게 ‘우주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고 훗날 더 많은 탐사기술이 발전하도록 만들었다. 같은 해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고양이들이 희생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신체기능이 상실된 고양이들의 성적 능력’에 대한 연구를 17년 동안 진행했다. 고양이는 뇌의 일부가 제거되고 후각파괴, 촉감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당했다. 고양이들의 생명과 맞바꾼 논문 21개가 쓰였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현재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해 페럿들이 실험실에서 희생되고 있다. 페럿은 체구에 비해 큰 폐와 5개의 폐엽을 가지고 있으며 기도에 바이러스와 결함할 수 있는 수용체가 있다는 점이 인간과 유사하다. 또한 기침, 재채기로 호흡기 질환을 전파해 호흡기 바이러스 연구에 적합한 동물이 됐다.

필요악 VS 생명권 존중

동물실험의 도덕적 윤리 문제는 아직까지도 치열한 토론 주제다. 동물실험에 찬성하는 이들은 인류의 발전사를 덧붙이며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의학기술은 동물의 목숨 값이니까. 하지만 동물과 인간의 생리학적 기능이 다르니 ‘예외’는 발생한다. 심지어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질병은 단 350가지, 이는 전체 질병의 1.16%에 불과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미국, EU, 일본, 우리나라의 동물대체시험법 검증센터와 캐나다 ‘헬스캐나다’가 대체시험법 발의에 힘쓰고 있다. 이제 동물들은 인간에게 약한 자신들의 생명까지 살피는 ‘자비’를 기대해도 될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물들은 인류발전을 위해 ‘희생’된 것인가, ‘공헌’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