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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신혜인
  • 사회과학
  • 입력 2021.08.29 20:52
  • 수정 2021.08.30 11:58

백신 민족주의, 전 세계를 죽인다

저개발국가에서는 하루에 학교 하나 크기의 묘지 생겨

백신민족주의는 도덕적으로 옹호될 수 없어

 

중국 우한에서 첫 백신 접종이 실시된 이후, 코로나19 백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개발 단계부터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온 영국과 미국은 백신 수급에 여유가 있지만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는 아직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EIU 전망에 따르면 2023년까지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을 국가들도 있다. 이 경우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며 국가 간에 옮겨 다니게 되므로 ‘코로나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이 “전 세계가 안전하기 전까지는 우리도 안전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이미 10만 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는 지금도 하루 사망자가 천 명이 넘는 실정이고, 자카르타에서는 하루에 학교 하나 크기의 묘지가 새로 들어서고 있다. 아프리카는 백신 냉장 운송, 보관을 위한 냉장 시설 등 기초 인프라 확충이 절실한 상황으로 전체 13억 인구의 1% 접종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자국민의 보호와 안전이 우선시된다는 점은 어쩔 수 없으나 인적‧물적 자원이 순환하는 세계화 시대에 오로지 내 것, 내 국가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환상에 가까운 일이다. 지난 6월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코로나19 백신의 국제 배분 계획 등을 통해 최소 10억 회분을 전 세계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백신 추가 접종이 검토되자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아프리카는 죽음의 물결을 맞고 있다”며 “소수의 국가가 다수의 몫을 차지하는 백신 민족주의는 도덕적으로 옹호될 수 없고 비효율적인 공중 보건 전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