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강예인, 손창오 기자
  • 사회과학
  • 입력 2021.06.01 12:42

벼랑 끝에 몰린 부국,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올해 물가 상승률 5500% 상승세...
석유-백신 맞교환 제안...백신 확보 어려움 겪어...

세계 원유 매장량 1위 베네수엘라는 전통적인 남미의 부국으로 유명했다.

풍부한 자원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어낸 베네수엘라는 무상교육, 의료지원,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 등 복지정책을 시행하며 남미에서 가장 선망받는 복지국가로 거듭났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석유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라 국가 경제가 휘둘리는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형성했다. 석유산업이 국가 수출의 96%를 차지하고 석유 수출 대금으로 식품과 각종 생필품, 공산품이 정부 수입의 60%를 차지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호화로울 줄 알았던 베네수엘라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호황기 때 실시했던 무상 복지정책들은 유가 폭락 후 재정 부담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복지 지출을 계속해서 늘리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무리한 복지 정책 시행으로 석유산업 이외의 제조업과 생산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생산성을 하락시켰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물가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화폐발행을 늘리게 되었지만 무너지기 시작한 시장에서 무의미한 화폐 발행은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에 박차를 가하게 될 뿐이었다.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석유의 상당량은 불순물이 많은 초중질유(extra-heavy oil)다. 이러한 초중질유는 중동 국가들의 질 좋은 석유와 비교해 정제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호황기 시절 베네수엘라는 복지정책에만 치우쳐 정제기술, 시설 정비 등 석유산업에 재투자하지 않았다. 거기다 현재 설비 노후화까지 겹쳐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은 점차 붕괴되고 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에서 식수를 구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모습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에서 식수를 구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모습

 현재 베네수엘라의 통화 볼리바르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상태다.

물물교환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기반 시설이 무너져 전기·수도와 같은 기본적인 자원의 공급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공공시설도 운영이 불가할 정도로 사회 시스템이 완전한 마비 단계에 이르렀다. 국민의 90% 이상이 빈곤층에 속하며, 전체 인구 15%가 해외로 이주하거나 난민의 신분으로 국경을 넘는 실정이다. 수년째 이어지는 경제난과 혼란으로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자국 석유와 백신을 교환하는 방법까지 제안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을 5500%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평가는 금년초 발표한 전망치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라 발표했다. 또한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등과 같은 국제정세 변화가 없으면,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