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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대신문
  • 기획/특집
  • 입력 2008.11.03 19:00

[인제문화상]끝까지 심사자를 긴장시켰던 작품은?

소설 심사평

혹자가 말해둔 것처럼, 삶 자체는 한편의 이야기와 같다. 우리 모두 자기 삶의 주인인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삶이 빚어낸 이야기의 작가이자 주인공이다. 이렇게 보면 이야깃거리는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셈이다. 그런데 이야기 소재가 아무리 풍부해도 그것이 이야기할 만하고 읽거나 듣고 싶어 할 재료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비록 자신에겐 특별하고 절실한 사연이라 해도 독자는 기쁘게 여길 수 있다. 독자는 이야기에 굶주린 포악한 왕과 같기 때문이다. 이 굶주린 독자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이야기꾼이 이야기꾼으로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소설 부문 응모작을 읽으면서 상당 수의 작품은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일상사에서 보고 듣고 겪은 소재이긴 하나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만그만한 이야기는 그만그만한 호응을 얻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모작 가운데 두 편의 작품은 선자를 끝까지 긴장시키면서 당선작의 결정을 고심하게 만들었다. 「그게 뭐라고」와 「동트기 전」이 그것.
「그게 뭐라고」는 조직의 한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미건조한 삶을 다루었다. 꿈의 상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인간 상호간의 소통 불능, 인간 주체성의 소멸 인간의 사물화(事物化) 등 현대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예각화함으로써 이 작품은 독자에게 자기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동트기 전」은 군대라는 특수조직 내의 섬뜩한 사건을 밀도 있게 다루었다. 최전방에서 정찰임무를 수행 중인 특수부대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 흥미롭고 삶과 죽음의 살피가 되는 지점에서 극적인 반전을 꾀한 것도 단편소설이 갖추어야 할 미덕에 충실하였음을 알겠다.
전체 응모작과 견주어 두 작품은 크게 손색이 없다. 다만 「동트기 전」의 경우 오자가 발견되고 인물의 행위에 대해 충분한 동기가 부여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게 뭐라고」를 당선작으로 「동트기 전」을 가작으로 선정한다. 입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또 응모한 예비작가 모두를 격려하고 싶다. 완결된 한 편의 소설이 이미 그들의 노고에 값할 터.

황국명/한국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