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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대신문
  • 미분류
  • 입력 2008.01.21 00:00

[기획-②]"판박이 대학생활은 싫다"

본교 학우의 방중 다양한 경험 수기

 

▣자기계발


내 기타, 누렁이


나는 겨울 방학에도 개강 후 열릴 봄 정기 연주회를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동아리 방을 찾는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기타를 친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내가 기타를 잡게 된 계기? 대학생활의 묘미는 동아리 생활이라는 것을 귀 아프도록 들어왔던지라 입학하자마자 동아리를 둘러보고 다녔었다.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헤매던 중 늘빛관 광장에서 하던 동아리 박람회를 지나가다 익숙한 선율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LOVE CONCERTO 이중주였다. 3월, 따뜻한 봄기운이 만연해야할 때, 유난히 춥던 그 날 차가운 바람에 빨개진 얼굴로 기타를 치고 있던 선배들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왜, 잘생긴 사람들에게선 후광이 비친다고 하는데, 그 후광이 보였다고나 할까. 멋졌다. 기타라는 악기 자체만으로도 로망이 있지만 그 분위기란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 분위기가 좋았고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를 가지려면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타라는 악기는 만만한 게 아니었다.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번의 연습이 필요하다. 손톱이 줄에 걸리지 않게 다듬어야 하고 계속 연습하다 보면 굳은살도 생겨서 흉한 모양이 되기도 한다. 머리는 아는데 손이 따라오지 못할 때의 스트레스 또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또한 나는 내 기타가 가지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기타가 아닌 내 기타라면 좀 더 내 생각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정성을 쏟아내면 반응을 보이리라 여겼다. 미숙한 실력 탓에 내 기타에 “폭풍간지”라는 멋있는 이름보다는 소박하지만 정겨운 “누렁이”란 이름을 붙이고 연습할 땐 늘 내 기타만을 사용했다.


나날이 잡혀가는 소리를 보면서 그 뿌듯함에 더 열심히 연습했는지도 모르겠다. 새벽, 다른 사람들은 공부에 지쳐 잠들어 있을 그 시간, 아무도 없는 늘빛관 4층 복도에서 기타를 잡는  황홀감은 경험하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굳이 연주를 하지 않아도, 탄현만 하고 있어도 잔잔히 퍼지는 그 기타 소리는 마치 혈관을 감싸고 뛰는 심장박동과 같다고 할까.  


지난 연주에 때 first를 하게 되서 적지 않은 부담감도 있었지만, 휴학을 하게 되면 얼마간은 잡지 못할 내 기타에게, 또한 나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하나씩 하나씩 이렇게 고비를 넘기다 보면 언젠가는 내 감정을 쉬이 표현할 수 있는 날도 오리라. 사람도 별로 없는 학교에 나가 또 다른 연주회를 준비하면도 기타를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두근거린다. 아마도 꽤 오랫동안은 기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조진희/제약공·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