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9>탈근대화로 본 현 미디어

김창룡 (언론정치학부·부교수)

탈근대사회, 쌍방향 온라인 미디어 탄생시켜

개인 인격 존중, 현명한 미디어 소비의식 제고돼야



 탈근대화 사회의 미디어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야하나. 탈근대화 사회의 미디어의 의미, 사회변화와 특징은 무엇인가.


 사회학자들 사이에 포스트모던사회에 대한 논의는 포스트구조주의를 그 철학적 바탕으로 하며, 후기산업사회 및 정보화사회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포스트모던사회의 기술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과학자들은 인류사회의 변화를 기술발달에 따라 구분할 경우 전기산업사회, 산업사회, 후기산업사회(혹은 정보화사회)로의 구분된다. 사회의 전체적인 변화에 따라 구분할 경우 고대사회, 중세 봉건사회, 근대사회, 포스트모던사회(후기 혹은 탈근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여기서 포스트모던사회를 그 이전 사회인 근대사회와 비교하면서 포스트모던 사회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근대사회는 계몽주의, 프랑스 대혁명 및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에 의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근대의 성립 이후 인간 이성을 통해 인류를 발전시키려는 계몽의 계획이 근대화란 이름 하에 전개되어 왔으며, 그것이 서양을 진원지로 해서 세계 전역에 확산되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서 근대사회는 중세의 신(神)중심의 세계에서 인간중심의 세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들의 자신감속에서 출발한 근대화 계획이란 정치적으로는 시민정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문화·예술적으로는 모더니즘 문화예술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과학·도덕·예술 등의 영역들이 분화 및 증대되고, 이들은 하나의 선험적인 권위에 의하여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할 권리를 얻게 되는 합리화의 과정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탈근대화의 배경에는 근대사회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토대를 이뤘다. 자본주의화와 기술의 발전이 야기한 생산의 비약적 증가, 자연의 정복, 환경 및 생태계의 파괴, 두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AIDS의 공포, 핵무기의 확산 등의 현상은 인간화와 진보가 아닌 파괴이며 인간소외라는 자성의 인식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이성에 의한 인류의 원대한 계획을 실패로 규정하고 원천적으로는 신과 자연 및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추구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또 인간의 이성에 대한 회의는 인간의 기본속성 가운데 이성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며, 비이성적 요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낳게 되었다. 따라서 이성 그 자체에 대한 회의와 함께 이성에 기반을 둔 모든 사회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나누는 구분에도 큰 회의를 보이게 되었다.


 탈근대사회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현재에도 진행중인 기술의 발달과는 모순적인 관계 속에 있다. 탈근대 사회이론은 근대적 인간상과 사회상에 대한 회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탈근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 토대는 기술의 발달 및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발달이다. 즉 이성 개발의 결과로 진행되고 있는 기술의 발달 때문에 인간의 이성에 대한 회의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달의 추진력은 인간들을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상황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사회, 기술, 문화 발전의 배경으로 탈근대화의 미디어의 의미와 특징을 정리한다. 첫 번째 특징이라면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매스미디어의 시대에서 쌍방향적이며 탈권위주의 미디어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네트웍의 강화로 급속한 정보확산과 무분별한 개인 정보 노출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세 번째는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과 파괴력이 통신과 융합된 온라인 미디어에 상당한 수준으로 양보하게 될 것이다. 네 번째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조성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수용자들의 기호와 선택도 정통 미디어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될 것이다.


 탈근대 사회이론에 입각하면, 탈근대사회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자본주의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대사회의 시작이 자본주의를 그 기초로 하고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탈근대사회에서도 자본주의 생산양식에는 변화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1980년대말 구소련을 위시한 동구 공산권 국가들의 몰락은 전세계를 하나의 커다란 자본주의 시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근대사회의 변화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그대로 답습하면서 자본주의 위기에 대처하거나, 다국적자본주의시대에 부응하는 생산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생산방식의 변화는 소비방식의 변화를 초래하며, 이 생산과 소비를 통괄하는 개념으로서 삶의 방식의 변화를 초래한다.


 탈근대사회의 생산방식은 근대사회의 생산방식인 대량생산 & 대량소비와는 달리 다품종 & 소량 생산의 생산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생산된 상품은 근대사회의 획일화, 규격화된 상품은 아니다. 미디어의 세계도 소비자와 계층, 분야에 따라 맞춤형 전문 신문, 전문 방송 등의 형태가 주를 이룰 것이다.


 미디어 역사가이면서 철학자인 쟌 메릴과 로웬스타인은 언론의 발달을 봉건사회의 엘리트 언론에서, 근대사회의 대중언론시대, 탈근대사회(후기산업사회)의 전문화 언론시대로 대별하면서, 전문화 시대의 언론은 교육수준의 증대, 경제적 풍요, 여가시간의 증대, 인구규모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대중시대의 언론의 편집방향이 최대공약수를 지향하는 반면, 전문화 시대의 언론편집 방향은 다원적 최소공약수를 지향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텔레비젼 방송에도 적용이 된다. 방송 프로그램 생산에 있어서도 한 방송국 내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 및 재하청을 통하여 독립 프로덕션 회사가 개별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방송국은 프로그램을 수집하여 방송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일반상품의 다품종 소량생산의 방식이 방송 프로그램 제작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송 생산에 있어서의 변화는 수용자들의 사회적 인구학적 변화와 취향의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점차로 증대되고 있는 교육수준과 직업의 분화 및 컴퓨터를 통한 원거리 작업은 사회적 분화를 촉진하며, 라이프스타일과 여가이용의 개성화를 촉진한다. 텔레비젼 시청을 통한 여가시간에서도 이런 분화의 현상은 그대로 나타난다. 시청자들은 점차로 대량생산, 대량소비되는 종래의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자기들의 특별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선방송과 위성방송의 다양한 채널에 눈을 돌린다. 다양화된 소비자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는 탈근대화 사회에서 미디어의 생존방식의 해법을 찾는 기준이 될 것이다.


 탈근대화 사회에서 미디어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몇가지로 정리해본다. 먼저 대중사회에서 개인존중사회로의 진화에 따라 개인의 인격권 존중이 이뤄져야 한다. 다양화되고 첨단화된 기술력과 사이버 미디어는 개인의 사적 정보와 공적 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공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정보는 삽시간에 퍼져나가며 또한 한번 나간 자료는 여러 형태로 재편집, 배포, 보관돼 무차별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탈근대화 사회에 미디어가 개인의 인격권에 대해 어느 때보다 경각심과 기준을 강화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전문화 된 미디어는 정보화된 미디어 소비자의 만족도를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향후 탈근대화 사회에서 미디어의 변신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취향과 선호에 영합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그 변신에 성공하는 미디어는 살아남지만 그렇지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이는 자칫 미디어 본령의 저널리즘 기능의 약화를 초래하고 소비자의 취향에 영합하는 형태로 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은 경계돼야 할 것이다. 탈근대화 사회, 미디어 융합사회에서도 원칙과 근본 가치 등은 존중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근대화 사회에서 미디어는 스스로 진화 혹은 도태되지 않는다. 미디어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뤄진다. 따라서 미디어 소비자들의 현명한 미디어 소비행태는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