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8>탈근대화로 본 스포츠

아름다움· 쾌락의 축소판

사회의 상호관계 속에서 발전돼

 

▲ 정수호 사회체육학과 조교수

 요즘,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스포츠를 접하지 않는 날은 없을 것이다. 스포츠에 관련된 정보나 토픽은 TV, 신문, 라디오, 잡지를 통해 우리 주변에 넘쳐흐르고 있다. 방송국은 스포츠 뉴스라는 별도의 섹션을 마련하고 있으며, 스포츠 신문도 매일 발행되고 있다. 특히, 유선방송이 실시된 이후, 하루 24시간 스포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스포츠는 현대사회의 중요한 문화코드로서 스포츠가 파생하는 문화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에 현대인은 살고 있다.

 

 흔히들 스포츠라 하면 야구, 축구, 육상, 수영 등 운동 종목을 지칭한다. 실은 인류출현과 더불어 탄생된 스포츠는 국민건강과 건전한 오락차원에서 발전해온 ‘사회의 거울’로서, 그 시대의 역사, 사회적 배경 그리고 다른 영역의 가치체계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발전해 왔다. ‘

 

 20세기를 근대의 완성을 이룩한 시기이다 탈근대의 시작이다’ 라고 한다. 근대와 탈근대가 전개된 20세기는 스포츠가 양적 질적으로 발전을 거둔 가장 번창한 시기에 해당된다. 본 지면에서 지적탐구의 대상으로서 스포츠에 대한 通時的(통시적) 고찰은 근대와 탈근대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정치적 가치로서 스포츠 : 경쟁의 비폭력 모델


 스포츠의 원형이 되는 경기는 많이 있다. 그중에서 축구, 럭비, 테니스 등 근대적 원형을 갖춘 게임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전파되었다. 그렇다면 왜 근대스포츠가 영국에서 탄생되었을까? 영국에서 탄생된 배경에 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적 부유와 조직과 경쟁을 중시하는 부르조아적인 생활양식이 반영된 점을 둘 수 있다.

 

 부르조아 계급의 여가 이용물로서 정치에서 여가에 이르는 모든 사회영역을 비폭력적 게임화를 실현하기 위한 역사적인 단계 속에서 스포츠가 탄생되었다. 대립하는 권력 간의 대립과 갈등을 회피하는 의회제도가 영국에서 발달된 점도 근대스포츠 탄생과 무관하지 않다.

 

 비폭력화(근대화)의 경향을 직접 신체에 표상하는 실천의 형식의 하나가 스포츠 탄생의 기원이다. 사회 전반적인 영역의 비폭력화는 근대국가가 사회 안정화를 실현하기 최선의 방책이며, 특권계층에 의한 폭력의 점거를 의미하며 혁명을 억제하는 정치적 의도가 함유되어 있다.

 

 영국에서 탄생된 근대스포츠는 ‘명문화된 규칙에서 경쟁하는 비폭력 모델’로서, 근대국가를 탄생시키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고대 올림픽 때부터 민족의 형성과정과 긴밀하게 연관된 것처럼 스포츠에 정치적 가치가 결합되어 있다. 올림픽이 평화 이념 인종을 뛰어넘은 순수한 제의 형식을 떠나 그리스 민족에게 국가적 정체성을 형성케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더욱이 타 민족의 정체성과의 차이를 생산하는 주요한 문화적 카니발로 이해할 수 있다.

 


 복지· 교육적 가치로서 스포츠

        

 스포츠는 교육적 가치와 결합하며 근대사회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공교육의 확산 가운데 스포츠의 교육적 정당성이 확보되면서 스포츠는 ‘체육’이라는 학교 교과목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체육은 전쟁을 위한 군사력 배양과 근대적 과학기술을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적응시키기 위한 신체단련의 수단으로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신체훈련을 중시하는 국민통제의 요소가 강조하면서 발전 변용되었다. 

 

 스포츠는 발전과정에 있어 국가 또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지만, 근대국가가 성립 발달하는 단계에서 스포츠는 국가의 교육적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민들의 근대화를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였다. 스포츠 자체가 교육· 체육의 목적이 되기도 하였고, 건강을 증진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여가선용의 장치로서 자발적 유희를 끌어내는 역할도 수행하였다. 스포츠에 교육· 체육의 기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협의의 의미로서 훈련을 통한 신체규율 및 신체통제를 통하여 군사력 및 생산력의 증진이고, 광의의 의미로는 근대시민사회의 성원으로서의 신체를 체득시키기 위함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시대의 도래와 함께 스포츠의 정치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정부가 직접 엘리트 스포츠 분야에 개입하게 되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스포츠가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엘리트 또는 전문체육이 발전하게 되었다. 

 

 아울러, 정부는 스포츠의 복지적 가치를 인식하고 일반국민의 생활 스포츠 활성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증대되고 국민들의 복지증진이라는 슬로건 아래 생활 스포츠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정부나 관련단체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서 스포츠 활동을 매개로한 스포츠 동호인이라는 인적 네트워크는 지역사회의 연대감을 확대시켜주는 지역사회 통합기능을 수행한다.    


 

 상품적 가치로서의 스포츠  : 자본주의 모델로서의 스포츠


 스포츠는 미디어를 통한 정보관리나정보조작의과정속에서,‘스포츠=건강’,‘스포츠=젊음’, ‘스포츠=힘’이란 상징성이 크게 부각된다. 이러한 스포츠의 상징성은 현대인의 욕망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욕망이란 항상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적욕망에 의한 자연과학의 발전, 자연을 지배하고 싶은 욕망, 종교적 정열 등 모두 인간의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신체 산업의 주요한 대상인 스포츠나 패션은 인간의 욕망충족의 중요한 수단이며, 최근에 들어 스포츠에 대한 욕망은 그 한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열광적이다.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미디어의 정보관리 시스템에 의해 자본축적이 가능한 것만이 상품화 되어 지는 것을 강요받고, 동시에 스타일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스키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의 미끄러지는 스타일화 된 스키의 과도한 수요는 대규모 스키장을 필요로 하게 되며, 자연환경이 풍부한 농· 산촌 지역을 상품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스키를 탄다’,‘골프를 친다’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인간이 스포츠에 대한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스포츠 개발에 투입되는 자본이나 자원이 증대된다. 소비화되고 스타일화 되는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특히 스키, 골프, 해양스포츠가 스포츠의 장과 경제적 자본의 장이 연계되는 있는 전형적인 예이다.

 

 즉 자본축적이 가능한 스포츠는 가치가 상승되거나, 그 논리에 부적합한 스포츠는 상품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사양길로 접어든다. 요컨대, 특정 스포츠 활동을 핵으로 하는 리조트개발은 스포츠가 지닌 내재적 가치의 확대보다는 스포츠가 지닌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기능을 이용한 경제 논리에 의거하여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와 더불어 국경을 초월한 자본주의 모델로서 거대한 비즈니스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국에서 탄생하여 미국에서 변용 확대된 근대스포츠는 지금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적 교육적 가치와 결합된 경쟁의 비폭력 모델로서 탄생한 근대스포츠가 현재에는 상품적 가치로서 자본주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는 美,운동, 쾌락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신체 자체를 시장 경제논리에 부합되는 이미지 상품화와 결합되어 현대소비사회 시스템을 확대하는 장치로서 자리매김 하였다.

 

‘스포츠=건강’,‘스포츠=미’의 상징적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서 강조되면서 현대사회는 인류역사상 스포츠가 가장 번창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는 놀이, 게임, 레크레이션, 경기종목이라는 단순한 성격을 넘어, 자발적 유희물로서 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민족적 우월성과 사회통합에 부합되는 가치, 미디어에 의한 스포츠 상품화 가치 등 그 시대 그 지역의 사회· 문화· 정치· 경제와의 상호 관련 속에서 발전 변용되고 있다.

 

 지금도 스포츠는 진화하고 있으며, 향후 스포츠가 사회의 어떠한 가치와 부합되어 발전 변용될지는 예축하기 쉽지 않다. 단,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스포츠는 끊임없이 사회와의 상호 관련 속에서 진화할 것이다. 즉, 현대사회의 논리가 스포츠에 축약되고, 스포츠를 프리즘으로 사회를 해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수호(사회체육학과·교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