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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사법 체계를 꼬집는 자경단원, '비질란테'

고담 시를 지키는 다크나이트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여기, 우리나라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한 한 시민이 있다.

법은 구멍이 나 있다. 내가 그 구멍을 메운다.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라.

비질란테(vigilante)는 자경단의 단원을 뜻한다. 자경단이란 경찰이나 사법기관 등 공권력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법 외적인 방법으로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죄자를 직접 잡아 처벌하는 사람 또는 조직이다. 한 마디로 공권력의 한계를 느낀 개인 또는 조직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와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모범 시민'과 같은 작품들이 이러한 비질란테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비질란테의 주인공 김지용은 어렸을 때 동네 건달에게 이유 없이 폭행당해 홀어머니를 잃은 범죄 피해자 가족이다. 김지용의 엄마를 살해한 범인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고작 3년 6개월 징역을 선고받는다.

17년이 지나 경찰대 학생이 된 김지용은 엄마를 죽게 만든 그 남자가 정말 깊이 뉘우치고 반성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범인이 정말로 죄를 뉘우치고 좋은 사람이 되어있다면 엄마를 죽인 그 사람을 용서하고 잊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범인은 여전히 무고한 사람들을 폭행하는 것을 일삼고 있었다.

이에 분노한 주인공이 자신만의 방법대로 정의를 구현하며 ‘비질란테’가 탄생하게 된다. 비질란테의 활동일은 금요일에서 일요일. 그가 목표물을 고르는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저지른 일에 비해 터무니없이 약한 판결로 풀려난 자
둘째, 그렇게 선처를 받고도 그 짓을 계속 저지르는 자

김지용은 엄마를 죽인 건달을 시작으로, 상습 성범죄를 저지르지만 면허 취소 처분조차 받지 않은 채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의사, 장애 여학생 성폭행 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고작 4년 형을 산 후 피해자에게 복수를 시도하려던 사람 등 여러 범죄자를 처단해 나간다.

웹툰 <비질란테>가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적인 범죄 에피소드에 있다. <한공주> 영화 모티브 밀양 여중생 사건, 거제 폐지 할머니 폭행 살인 부실 수사 사건 등 세간에 알려졌던 사건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래서 더욱 실감 나고 때론 현실에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독자들은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소재 고갈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악인들을 속 시원히 엄벌하는 게 후련하다. 슬프지만 웹툰을 보면서 대리만족한다”며 피해자 인권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더 중요시 한다고 비난받는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를 꼬집는 스토리에 통쾌함을 표했다.

웹툰 <비질란테>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비질란테란 다수가 합의한 법치를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고 보는 관점과 애초에 비질란테의 등장이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실패했다는 증거이며 피해자를 외면하는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문제라고 보는 관점으로 나뉜다.

왜 많은 사람은 비질란테에 열광할까? 대한민국에도 비질란테가 존재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