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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전선진 기자
  • 기획
  • 입력 2020.04.05 17:13

트렌:스레이터 2화 - 키워드로 보는 트렌드

트렌:스레이터 (Trend+Translator)

트렌스레이터는 유행을 뜻하는 트렌드(Trend)와 번역가를 뜻하는 트랜스레이터(Translator)의 합성어로, 트렌드를 분석해주는 코너이다.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 센터에서 선정한 2020년을 이끌어갈 소비 트렌드 키워드 10선 중 대학생이라면 공감하며 경험하고 있을 5가지를 소개한다.

 

1. 나다움이란 무엇일까? 멀티 페르소나(Me And Myselves)

현대인들은 다양한 상황과 SNS 매체에 따라 서로 다른 정체성을 그때그때 만들어나간다.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멀티 페르소나’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했다. ‘페르소나’는 원래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뜻하지만, 현대 시대에서 멀티 페르소나는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듯 전환이 빠른 현대인들의 다중 정체성을 뜻한다. 직장에서의 나와 퇴근 후 내가 다른 성향의 사람이거나 여러 개의 SNS를 운영하며 각기 다른 모습을 노출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멀티 페르소나는 양면적 소비 형태, 취향 정체성 추구, 젠더프리 트렌드, 디지털 허언증 확산 등 다양한 소비 트렌드의 동인을 파악할 수 있는 만능키로 주목받고 있다.

 

한 명이 여러 정체성을 가지게 되며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문화가 활성화되는 장점이 있다. 국민 MC로 유명한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약하는 모습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반면 ‘나’에 대한 정체성이 불확실해지며 정체성 간의 간극이 클수록 개인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소위 말해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거나 매일 근사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의 인기 스타가 사실은 우울증을 겪는 강박증 환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CJ ENM은 이를 ‘다중 모드(Extended Selves)’라고 표현했는데 ‘요즘 소비자는 몸은 하나지만 다양한 욕망 실현을 위해 모드 전환을 상시화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2. 마지막 순간이 기회다, 라스트핏 이코노미(Immediate Satisfaction)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사형수가 사형집행장으로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의미하는 라스트마일(Last mile)에서 영감을 얻은 단어이다. 고객의 마지막 순간까지 만족을 최적화시킨다는 의미로 온라인과 비대면 사업이 급증하며 소비자와의 마지막 접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품의 가격과 품질, 브랜드와 같은 객관적인 가치보다는 배송을 받고 포장을 뜯는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이 상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상품의 효용보다는 서비스의 질에 더욱 만족감을 느낀다는 뜻인데, 우리가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던 상품이 있었다고 가정하자. 가지고 싶었던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만족감이 높을 수도 있겠지만 배송이 예상보다 아주 오래 걸렸다면? 배송받은 상품의 포장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아무리 가지고 싶었던 상품이라도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주관적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를 선택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1~2인 가구 현상도 이러한 소비 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하는 단위가 작아짐에 따라 객관적 효율보다 자신에게 오는 편리함을 더 중요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혼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것이 아닌 정기배송 서비스, 새벽 배송, 주말 배송 서비스가 증가하는 것이 그 결과이다.

 

 

3. 소유보다는 경험, 스트리밍 라이프(Here and Now: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란 스트리밍과 라이프의 합성어로 음악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스트리밍하여 재생하는 것처럼, 상품을 구매하여 소유하기보다는 경험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구독 경제’를 바탕으로 생겨났는데 구독 경제는 신문처럼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대에는 신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 경제가 적용되고 있다. 음원이나 영상 콘텐츠 월간 구독뿐만 아니라 명품 옷·가방 렌털 서비스, 컴퓨터 소프트웨어 월간 구독, 전자책 월간 구독, 카셰어링, 공유 오피스, 공유 주택 및 가구 렌털은 물론 농촌 지역이나 제주도 등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체험도 성행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콘텐츠 유료 이용 비율 중 18~24세가 34.5%로 1위를 차지했고, 25~34세가 32.9%로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스트리밍 라이프는 밀레니엄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에서 열광 받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용자 기반 데이터로 추천되는 상품들을 접하게 된다. 이 추천 상품에는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어지는 것들로 구매를 유도하는데, 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한 번에 큰 비용을 지불하거나 빠르게 지나가는 유행을 감수하고 오랜 시간 ‘소유’하기보다는 잠깐씩 ‘경험’해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올 것이라 언급했다. 그만큼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분석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해야 성공하는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다.

 

4. 공정을 추구하다, 페어 플레이어 (Goodness and Fairness)

페어플레이는 스포츠에서 많이 들어본 단어일 것이다. 승부에서 선수들 간의 매너를 지켜 정당한 대결을 벌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페어 플레이어는 공정하고 올바른 것, 공평함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 내에서 팀의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를 팀장 한 사람이 아닌 막내까지 공로를 인정받거나 가사 분담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분담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때 공정성의 5가지 원칙을 들 수 있다.

 

1. 기능 중심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2. 성 역할을 차별이 아닌 차이에 기반한다.

3. 원칙 계약과 매뉴얼을 중시한다.

4. 평가 시스템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5. 사회에 미치는 기업의 ‘선한 영향력’은 기본 요소이다.

페어 플레이어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평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데에 있다. 입학 비리, 취업 비리, 갑질 등 사회 고위 계층의 부정적 이슈가 떠오르며 일반 시민들은 이에 박탈감을 가지게 되며 차별을 지양하고 공정성을 지향하게 된 것이다. 취업률 하락과 실업률의 상승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공정성’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과 SNS의 발달도 한몫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 신문고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차별을 받았을 경우 더 참지 않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학회비 횡령 의혹이나 학생회 부정투표 의심, 시험 컨닝 고발 등과 같은 공정성 문제 제기 게시글이 늘어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로 인해 소비를 할 때도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면 불매운동을 벌이고, 선한 일을 한 가게는 착한 가게라 칭하며 소비자들 간에 입소문을 타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제는 상품의 질, 디자인 같은 일차적인 부분을 넘어 환경과 사회에 대한 움직임도 고려해야 소비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게 된다.

 

5. 팬심을 넘어, 팬슈머(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는 팬과 소비자의 합성어로 팬이 소비자가 되어 상품 개발부터 참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상품이나 연예인에 대해 열정을 보이는 사람을 팬덤(Fandom)이라는 용어로 지칭했는데 최근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목소리를 내며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팬슈머(Fansumer)로 진화하고 있다. 팬슈머는 단순히 구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품 등의 기획부터 투자, 제작, 판매까지 전 활동에 참여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소개한 ‘페어 플레이’ 의식이 함께 반영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기존에는 전문 투자자나 금융기관을 힘을 빌려 상품을 유통·판매했다면 현재는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펀딩 형태의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또한, 단종되었던 상품이 그리운 소비자들을 위해 재출시하는 때도 그렇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기업은 홍보 효과를 보는 상호 보완적이며 양방향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또 최근 가장 성행하는 것으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있다.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돌이나 트로트 가수 등을 처음부터 스스로 투표하고 지원해서 팬이 되는 ‘양육형 팬덤’으로 진화하고 있다. 팬이 스타를 육성하기도 하지만 그에 맞는 태도나 무대를 요구하기도 하는 등 여기서도 상호 보완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력을 갖추기 시작한 밀레니엄 세대가 소비를 조장하는 모습도 더러 볼 수 있다. 이런 팬슈머는 연대 의식 또한 강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거나 기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여기까지 2020년을 이끌어갈 주요 소비 트렌드 키워드 다섯 가지를 알아보았다. 여러분은 얼마나 공감하고 또 해당하는가? 이런 현상들을 본인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경험하고 있는지 고민해본다면 올 한해도 트렌디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