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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사설
  • 입력 2019.11.30 06:41
  • 수정 2021.03.12 11:22

(사설) 시험 공정성 · 학생 경쟁력 저해하는 족보거래 근절해야

시험기간이면 어김없이 ‘족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다. 족보는 특정 강의의 기출문제 모음집을 일컫는 말로 강의를 먼저 들은 학생과 나중에 듣는 학생 사이에서 비일비재하게 거래된다. 족보가 있는 학생은 시험의 출제 유형과 모범답안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족보가 없는 학생에 비해 월등하게 유리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족보는 시험의 공정성과 학생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기에 근절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기말고사를 앞두고 족보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불거진 A학과의 게시판에는 한 익명의 제보자가 “더는 정직하고 우직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피해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족보의 심각성에 대해 해당 학과학생회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족보 문제는 비단 A학과만의 문제는 아니다. 본지에서 재학생 135명을 대상으로 족보에 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과반수가 족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10명 중 8명이 족보가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또한 족보는 학습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모두가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부정행위라는 것이 대부분의 학생들의 의견이었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 공평하게 모든 학생이 볼 수 있도록 족보를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출제자의 지적재산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성급히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으려면 출제자와 시험을 치르는 학생 모두가 시험이 갖는 본래의 취지를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시험은 수강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시험은 학생들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 과정의 일부로, 강의실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강의실만이 아닌 보다 넓은 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족보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족보는 학습과 평가에서의 효율성을 높이는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학생에게 양약이 될 수만은 없다.

출제자 역시 시험의 공정성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이전의 시험 문제를 답습하지 말고 출제 내용과 유형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과 족보로 공부한 학생의 차이가 시험 결과로 공정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족보에 의지하고 싶은 유혹에 더욱 빠져들게 될 것이고, 성취도를 평가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고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 모두 공정한 방법으로 경쟁하여 진정한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