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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대신문
  • 사설
  • 입력 2019.06.24 16:54
  • 수정 2021.03.12 11:31

[사설] AM 08:00 외교원 대회의실과 희망의 이유

한 해 뒤 수확하려거든 곡식을 심고, 십 년 뒤 수확하려거든 나무를 심고, 백 년 뒤 수확하려거든 사람을 심으라 했던가. 그래서 교육을 ‘백년대계’라 했던가. 하지만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한 해 뒤 상황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개교 40주년을 맞는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우리 대학이 처한 위기의 원인, 그 원인의 원인을 찾는 일은 물론 필요할 터이다. 원인은 밝히되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한 거울로 삼자. 두 차례의 총장 선거를 치르고 총장 부재 사태가 반복되는 동안 우리 대학 구성원들은 어쩔 수 없이 어느 편인지를 묻는 시험을 강요받아야 했다. 서로의 선택과 판단이 다를 수 있었음을 인정하자. 멀리 있는 거악은 애써 외면하면서, 가까이 있는 애먼 동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말자.

희망의 이유는 사실 도처에 있다. 선출 절차 없이 총장을 임명하는 타 대학들에 비한다면, 절차에 따라 선출되고 임명된 총장을 연구윤리 위반을 문제 삼아 의원면직에 이르게 만든 우리 대학에는 아직 상식이 살아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래도 희망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면 이른 아침이든 한밤중이든 외국어교육원 대회의실을 들여다보자. 주말도 버리고, 가정도 버리고, 무엇보다 이 혼란에도 흔들림 없이,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에 헌신하는 교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3월 26일 마감인 ‘대학혁신지원사업’ 보고서 집필진이다. 우리 대학이 기사회생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고, 보고서이다. 

노신이 단편소설 <고향>을 맺었던 말로 이번 호를 맺기로 한다.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희망은 땅 위의 길과도 같다. 땅 위에는 애초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길로 변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