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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민아 기자
  • 대학
  • 입력 2019.06.24 15:04
  • 수정 2019.06.25 11:23

혈액형으로 알아보는 성격, ‘너 A형이지?’

혈구가 가지고 있는 항원에 따라 두 항원 중 하나를 가지고 있는 A형과 B두 항원을 모두 가지지 못한 O두 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는 AB형으로 나뉘는 것을 ABO식 혈액형이라고 한다.

혈액형은 우리 일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시가 수혈이다. 혈액형에 맞춰 수혈하지 않으면 항원과 항체가 만나 응고하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혈액형은 부모님의 혈액형에 따라 결정되는 유전이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검사해 신생아실에서 아이가 바뀔 가능성을 줄여준다.

이처럼 혈액형은 자신의 혈액 분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수혈만큼이나 유명하면서 자신의 혈액 분류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섭렵하고 있는 역할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이다.

첫 개강을 맞이한 요즘, 서로를 모르는 어색한 상황에서 그 사람의 성격을 짐작하고 친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상상해보았을 거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혈액형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어떨까.

 

혈액형과 성격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는 사람이 그렇게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저 웃어넘길 것이다. 그만큼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유사과학으로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유사과학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의 몇십 년 전은 어떨까.

2005년도에는 혈액형을 묻는 질문이 그 사람의 성격을 묻는 질문과 동일시될 정도로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이 유행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력서에도 혈액형 기록란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또한, 2011년도에는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을 다룬 웹툰이 큰 인기를 끌었고, 2013년도에는 이 웹툰이 일본으로 수출된 사례도 있다.

이렇게 혈액형별로 성격을 특정하는 유행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우리가 성격이 소심한 사람에게 A형이냐고 묻고, 성격이 독특한 사람에게 AB형이냐고 묻는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은 일본인 후루카와에 의해 연구됐다. 후루카와는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후의 연구를 통해 특정된 혈액형별 성격 키워드로는 A형은 소심하다, 꼼꼼하다, 내성적이다 B형은 변덕스럽다, 다혈질이다 O형은 원만하다, 너그럽다 AB형은 독특하다 등이 있다.

 

연애와도 혈액형을 따라간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알 수 있다면 당연히 연애 스타일 역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A형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이러한 A형이 연애한다면 연애에서 역시 적극적이지 못하지만, 한 사랑을 오래 이어나가며 현실적인 연애 태도를 가질 것이다.

B형은 변덕스러운 성격을 미루어 보아 연애를 게임과 동일시하며, 다른 혈액형보다 높은 개방성을 보인다. O형은 원만하고 너그러운 점을 따라 로맨스를 중시하고 상대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AB형은 대부분 우정에서 시작되는 사랑을 이어나가며, 정열적인 면이 약하다.

박동선 작가의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웹툰에서도 혈액형별 이성관을 다룬 적이 있다. 여자 친구의 조건을 우선순위대로 정해봤을 때 A형은 배려 B형은 개성 O형은 순수 AB형은 돈을 택했다. 웹툰을 마치기에 앞서 작가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재미를 위주로 감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연신 강조했지만, 한참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이 유행했던 때라 연애 태도가 혈액형별 성격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감정을 참는 편이죠?’

지금은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을 믿는 사람이 적지만, 그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이 유행한 이유가 뭘까? 그것은 확인 편파와 바넘 효과 때문이다.

사람들은 ‘A형은 소심하고 꼼꼼하며, 내성적이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자신이 소심하고 꼼꼼하고 내성적인 부분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확인 편파라고 부른다. 확인 편파란 일치하는 의견이나 정보는 확대하여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의견이나 정보는 축소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유사 과학적인 성격 유형학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특징을 개인의 특성처럼 말하는 경우가 ㄴ많다. 이것을 바넘 효과라고 부르며, 바넘 효과와 확인 편파에 의해 우리는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이 그럴듯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을까? 확인 편파와 바넘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만큼 전 세계 사람들이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을 믿을 거 같지만, 이는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욱 지지 받는다. 서양은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혈액형 분포가 고르지 않으며, 본인의 혈액형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동양인들이 서양인들에 비해 낮은 자기 개념 명확성을 가지고 있어 강한 바넘 효과를 보인다는 자료 역시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혈액형은 혈구가 가지고 있는 항원에 따라 결정되는 혈액의 분류이다.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은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확인 편파와 바넘 효과에 의해 많은 사람이 믿어왔다. 또한, 2008년 대한혈액학회에선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라며 널리 퍼진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을 부정한 바가 있다.

A형이 소심하다는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은 모든 A형에게 해당하지 않으며, 다른 혈액형이라 해도 소심한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을 유사 과학으로써 즐기는 것은 좋지만, 혈액형별 성격 유형학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세상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