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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대신문
  • 입력 2018.10.28 14:30

[사설] 재능이 꽃피게 하라

본지가 9월 3일부터 10월 1일에 걸쳐 공모작을 받은 제38회 인제문화상 수상작이 결정되었다. 작년까지 응모율이 낮아 폐지 위기까지 갔던 문화상을 살리려고 올해 미디어센터는 응모 분야를 개편하고 상금을 올렸다. 그 결과 운문/산문/사진/4컷 만화 분야에서 총 53명이 126작품을 응모했다. 작년에 비해 응모자와 작품이 대폭 늘어서 기쁘고 다행스럽지만 여전히 대학 문화(학)상 치고 상금이 적은 편이라 다소간 민망하기도 하다. 또 만화를 즐기는 20대 취향을 고려해 신설한 4컷 만화 분야에서 의외로 응모자가 적었던 것도 아쉽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면 더욱 재능 있는 학생들이 응모하리라고 본다.
부족한 점이라고 했지만 응모율을 높일 방법은 의의로 간단하다. 재학생들의 잠재된 재능을 발굴하고 재능을 꾸준히 갈고 닦을 동기를 부여하면 되는 것이다. 상금 ‘액수’가 아주 현실적인 동기라면 관련 교과목에서 교수나 수강생에게 재능을 확인받은 ‘칭찬’은 강력한 내적 동기가 된다. 두 가지가 함께 창작 욕망을 부채질 할 때 한두 번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려는 의지가 생긴다. 혹자는 열정이 넘치는 순수한 예술가 지망생에게 돈이 그렇게 중요한가 묻겠지만 그렇지 않다. 취재, 재료, 기자재에 다 돈이 필요하다. 창작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쓰는 데도 최소한의 생활비가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겸업하지 않는 시인·소설가·만화가·사진작가는 몇 년 째 한국에서 가장 가난한 직업군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뛰어난 작품이 나오겠는가. 하교 후 각종 아르바이트에 몰리는 대학생의 처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상금은 응모자들이 책상 앞에서 보냈을 시간과 수없이 지우고 썼을 ‘문장’이 독자에게 제공할 미적 쾌락에 표하는 주최측의 예의이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예산이 부족해 인제문화상 상금이 꽤 오랫동안 20만 원 선에서 동결되었었다. 다행히 최근 3년은 프라임사업 예산이 있어 재학생들이 창작욕을 충족하고 노력에 상응할 상금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유관 강좌에서 제출한 리포트를 다듬어 학기말에 수상작을 만들 수도 있었다. 이제 프라임사업이 끝나는 상황에서 우려되는 바는 본 상이 학내 ‘유일’한 문화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관련 학과, 교과목, 수강생이 있는데 정작 재능을 뽐낼 장이 없다면 허탈하고 슬픈 일이다. 앞으로 인제문화상이 신문사 창간을 기념하는 ‘형식적’인 행사에 머물 수 없는 이유이며, 인제문화상을 지원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