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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하상필 교양학부 교수
  • 입력 2018.10.22 19:00

교양교육 개편은 주체적으로!

교양교육 개편 문제가 우리 대학에 화두로 떠올랐다.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고 역량강화대학으로 남게 된 이유 가운데 교양교육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점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교양교육 개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기본역량진단에서 교양교육에 대한 평가 문항들이 무엇이었으며 각 문항별 점수는 어떠했는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우리 대학이 2005년부터 교양교육 총괄기구로 기초대학을 설립하여 교양교육에 관한 교육과 행정을 (행정에 있어서는 비록 제한적으로나마) 일원적으로 관리해 오던 것을 이원로 총장 임기 후반기인 2013~14년도에 구조조정을 한다며 폐지해 버린 것이 명백한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 차인준 총장 임기 중에 이를 다시 되돌리지 않은 것도 몹시 아쉬운 일이다. 따라서 향후 교양교육 개편에는 ‘교양대학’이라는 명칭으로건 다른 명칭으로건 교양교육 총괄기구가 재건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도 있어 우리 대학의 교양교육 개편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점을 딱 한 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 대학의 교양교육 개편 방향이 바로 우리 대학의 제반 조건을 직시한 가운데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받은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하 교기원)의 컨설팅을, 특히 그 컨설팅에서 제시된 교양교육과정 표준 모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려는 경향이 우리 대학에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기원 홈페이지에는 교양교육과정에 대한 표준 모델이 게시되어 있지만, 그 표준 모델 밑에는 그것을 제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그 자체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있었다는 것과 그 모델을 제시하게 된 것은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크리라는 합의 때문이라는 내용이 각주로 기록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는 것을 알고, 우리 대학에서 대안이 없거나 크게 부족한 영역이라면 모를까 오랫동안 정성을 기울여 다듬어 온 영역에서까지 우리의 것을 버리고 그 표준 모델을 추종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교기원의 컨설팅을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라 컨설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주체적으로 수용하자는 말이다. 필자가 보기에 교기원 컨설팅은 여러 측면에서 우리 대학의 교양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교양교육 총괄기구를 적어도 단과대학 급으로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나 교양 학점을 2학점에서 3학점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 등은 그 자체로 수용할 만해 보인다. 하지만 교양교육과정 표준 모델 적용에 대한 지적은 부분적으로 비판적인 수용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우리 대학이 교양교육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역량강화대학이 된 형편이니 교기원의 컨설팅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교기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연혁이나 비전 및 업무 소개를 보면 훤히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교기원은 교육부의 하부 기관도 아니고 교육부의 무슨 위임을 받은 기관도 아니다. 우리 대학에 충격을 안긴 기본역량진단이 교기원을 통해 이뤄진 것도 아니고 교기원의 컨설팅 결과를 가지고 이뤄진 것도 아니다. 교기원은 한국 대학들에서 교양교육의 위상이 지나치게 낮은 데 문제의식을 갖게 된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교양교육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구성한 기구로, 대학의 숨통을 쥐고 있는 무슨 권력 기관이 아니다. 교기원 내부에서도 각 대학이 관심을 두고 운영해온 교양교과목은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입장을 떠나 지나치게 강한 컨설팅을 하다 컨설팅 받는 대학으로부터 의심과 반발을 초래하고 그동안 쌓은 권위마저 잃게 될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교기원은 각 대학의 특색 있는 교양교육이 정상화되고 강화되도록 돕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지 개별적인 특색을 없애고 표준안을 강제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간고사 기간 중에 교양교육원에서 교양교육 개편을 위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최근에 접했다. 우리 대학의 컨설팅을 맡았던 위원장이 초빙되어 올 거라는 말과 함께. 이 기회에 우리 대학의 교양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참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