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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안태선 기자
  • 입력 2018.10.22 18:52

베를린에서 평양까지, 남북정상회담이 걸어온 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6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으로부터 이어진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였다. 또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을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했던 선언이 2018년 4월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베를린 선언의 결실
정상회담의 유구한 역사는 2000년 6.15공동선언으로부터 시작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관된 햇볕정책 추진 하의 베를린 선언, 이에 대한 북한의 호의적인 대남 시각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기반이 됐다.
베를린 선언이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3월 9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통일을 제안한 선언이다.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며 통일보다는 냉전 종식과 평화정착이 우선임을 밝혔다. 또한 북한에 대하여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적극 응해야 하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남북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 정상회담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개최됐다. 회담의 마지막 날인 6월 15일,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다. 본 선언 이후 회담에 있어 군사, 경제 등 합의서의 채택률과 이행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또한 제2차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명시한 것 역시 커다란 성과였다.

2.13회담의 관계 유화
2002년 10월 2차 북핵 문제가 제기되었고 2003년 1월에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였다. 2005년 2월 10일에는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있었고 10월 9일에는 제1차 핵실험이 있었으며 2006년 10월 14일, UN 안보리에서 대북제재가 채택된다.
이렇듯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빙시킨 것은 2007년 2월 13일의 2,13합의문이었다. 이는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 및 재처리시설의 가동을 중지하고 봉인한 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와 확인을 받는다면 대한민국,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의 5개국이 긴급 에너지 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후 당해 2월 27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제20차 장관급 회의가 열렸고 당시 언론에서는 “남북관계가 미사일 발사 이전 수준으로 복원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경색되었던 남북관계가 점차 유화되고 2007년 제2차 정상회담의 성사로 이어졌다.
제2차 정상회담은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남북 정상은 상호 간의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였다. 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새로운 협력질서를 형성하는데 의의를 두었다. 군사적으로는 전쟁행위 반대와 불가침 의무 준수를 규정하여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협력했다. 그 해 11월 중의 국방장관회담 개최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전환 등 구체적인 사안들이 오갔다.

북한의 올림픽 반전 행보
2017년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성공하자 국제사회는 불안에 떨었다.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갈등이 극에 다다르고, 2017년 9월 11일 유엔 안보리가 결국 유류공급 30%가량 차단과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를 만장일치로 채택한다.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THAAD)도입의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히 궤멸시키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당시 국제정세는 크게 냉각된 상태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놀랍게도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였다. 2018년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있어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남북의 협의 끝에 북한 대표단 파견이 확정되었고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 등 북측 인사들이 개막식 참여를 위해 남한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주요 합의 내용으로는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등이 있었다. 이를 통해 남북 양측은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지역 설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을 합의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며 무력 불사용과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확인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5월 26일 2018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갑작스럽게 열렸다. 5월 25일 김 위원장이 일체의 형식 없이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문 대통령이 이에 수락하며 성사되었다. 남북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 선언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정상회담이 하루 만에 절차 및 형식을 생략하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이후 정례화에 대해서 긍정적인 전망을 품을 수 있게 했다.
2018년 9월 18일에서 20일까지 평양에서 2018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 중 최초로 백두산을 방문하였으며 남북 정상의 동반 방문을 이룬 것이 화제가 되었다. 그 성과로서 9월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여기서 남북 양측은 비핵화와 군사 분야 합의, 남북 교류의 증진 측면에서 큰 진전을 이뤄냈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데 있어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을 허가했다. 또한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상응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