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인제대신문
  • 입력 2018.09.27 17:54

질병에서 살아남는 방법

3년 만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2015년 확진자 186명 중 38명이 사망하고 6,729명이 격리되는 충격을 경험한지라 보건당국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환자 격리, 접촉 위험군 선별, 감시, 정보 공개 등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조치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번 정부의 대응이 모범적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치료제는 물론 예방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메르스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감염병이 이렇게 큰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현대 의학과 근대적 방역 대책, 위생과 영양 관리로 사라졌다고 믿었던 전근대적 역병은 예전에 없던 모습으로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과거에는 광범위한 전쟁과 식민지 약탈이 페스트나 콜레라의 전파경로가 되었지만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인간과 바이러스 사이 생태학적 균형은 항상 위태롭다. 백신이나 치료제 역시 바이러스 변종 위험을 안고 있다. 과학과 의학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우리를 더 위태롭게 하는 지점이다.

메르스처럼 예방도, 상시적 방역체계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질병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해결은 더 요원해질 것이다. 바이러스도 생명체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스스로 성장, 발육해가려는 본성이 있다. 바이러스가 생장, 번식하면서 인간과의 생태학적 균형을 이루어온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생존을 위해 다른 개체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그것이 바이러스일지라도.

질병을 다스리는 일은 사람의 몸뿐 아니라 학교, 사회, 국가를 운영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임무이다. 발생하기 전에 단속을 잘하여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 질병이 생겼다면 병을 혐오하거나 원인을 초래한 대상을 원망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려면 자체적으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질병이 증상으로, 문제로 드러난 것 자체가 해결의 시작이다. 이는 무조건 배격할 대상만은 아니다. 결국 균형을 이루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병이 나면 안으로 몸의 원기를 북돋아 면역력을 기르고 밖으로 외부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처럼 구성원을 위로하는 한편 실무자를 제어하며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적극적 실천과정이 필요하다. 원기를 북돋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체질을 개선하고 더 건강한 몸을 만들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