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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신영 기자
  • 입력 2018.09.27 17:42

장난과 조작으로 물든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해 8월 19일(토) 청와대 홈페이지가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신설됐다. 이후 국민청원은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매체가 됐다. 본 게시판은 백악관 시민청원 사이트인 ‘위더피플’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졌다. 국민청원은 기존에 있던 질문을 여과하여 받는 국민신문고와 달리 어떤 분야의 내용이든 수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는 국민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국민청원은 청원인의 답변에 필요한 서명 수가 20만 명 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48개의 청원이 이루어졌다. 이는 현재 국민청원이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관심 속에 있는 국민청원 시스템에도 여러 문제점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바는 도를 넘은 장난이 섞인 글과 혐오 글이 국민청원에 난무한다는 것이다. 청원게시판의 페이지를 조금만 넘겨봐도 장난스러운 어조의 글을 게시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18일(월) 한국과 스웨덴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한국이 패배하자 “스웨덴과 전쟁을 하자”는 청원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러시아 월드컵이 진행됐던 지난 6월 24일(일)에는 한국과 멕시코 간의 조별리그 2차전이 치러진 후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현수 선수의 실수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심지어 “장현수를 은퇴시켜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연예인을 겨냥한 비상식적인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 예로 수지를 사형시켜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온 사례가 있다. 이는 지난 5월 18일(금)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유튜버 양예원 씨의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글을 SNS에 게시함에 따라 사진 스튜디오 측이 막대한 손해를 입으면서 벌어졌다. 이 외에도 △박지훈 번역업계 퇴출 요구 △도널드 트럼프 탄핵요구 △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 시 문재인 하야 등과 같은 장난스러운 글들이 게시판에 게시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은 대중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 올라오는 글 중 몇몇 장난 글마저 기사화된다. 이는 허위사실유포와 함께 청원 내용 당사자의 명예훼손을 야기한다. 그리고 만약 이런 장난스러운 글이 지속해서 아무런 제재 없이 게시판에 올라간다면, 정작 정부에게서 답변이 필요한 청원들이 묻혀 답변을 받지 못하게 된다.
국민청원의 또 다른 문제점은 ‘조작되기 쉬운 청원 구조’이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등록 및 추천하려면 SNS계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사용되는 SNS계정은 제대로 된 본인 인증 절차조차 거치고 있지 않다. 이에 서명인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추천 인원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카카오톡 계정 설정으로 계속해서 청원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일명 ‘우회 기법’이라는 방법이 알려졌고, 이에 청와대 측에서
카카오톡 ID 접근을 차단한 바 있다. 또한, 구글의 ‘시크릿 모드’를 활성화 시 인터넷 활동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이는 청원게시판에서 제한하는 ‘1인 1 아이디’를 피할 수 있다.
한편,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무분별한 장난과 혐오 글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국민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뉴미디어 비서관은 “청원 게시판은 국민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며 “특정인에 대한 사형 청원은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