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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안태선, 변주희, 조해인, 여경진 기자
  • 기획/특집
  • 입력 2018.09.27 17:40

뜻밖의 원인, 의외의 희귀병들

1. 겨울과 함께 찾아오는 '계절성 정동장애'

가을이 되면 우수에 빠지는 사람들에게 ‘가을을 탄다’고 말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묘한 감정의 기복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가을을 탄다는 말에 정말 과학적인 증거가 있을까? 계절의 변화에 따라 큰 우울감을 느낀다면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를 의심해볼 만 하다.
정동장애란 과장된 감정의 기복이 주된 특징으로 나타나는 장애이며 단극성 장애과 양극성 장애로 나뉜다. 단극성 장애일 경우에는 한 가지 방향만으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우울함이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고양된 기분이 심할 경우 조증으로 분류된다. 양극성 장애일 경우에는 우울증과 조증이라는 상반된 기분이 번갈아 느껴지게 된다. 이러한 정동장애가 특정한 계절에 재발하는 것을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칭한다. 또한 계절성 정동장애는 재발성 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으로 크게 나뉜다. 재발성 우울증은 다시 발병 시기에 따라 겨울형 우울증과 여름형 우울증으로 나누어진다. 겨울형 우울증은 대게 가을 및 겨울에 발병하여 봄 및 여름에 완화되며 반대로 여름형 우울증은 봄 및 여름에 발병하여 가을 및 겨울에 완화된다. 광치료가 계절성 정동장애의 치료에 있어 효과적임이 많은 연구사례에서 보고되고 있다. ‘계절성 정동장애에 관한 임상적 연구’에 따르면 빛의 항우울 효과는 세 가지 가설을 통해 설명되고 있다. 해가 저물면 인간의 생체시계를 관장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잠이 들게 된다. 새벽이 되어 태양 빛이 멜라토닌을 파괴하면 뇌가 잠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낮 길이의 변화가 멜라토닌의 야간분비를 변조시켜 수면을 방해한다는 멜라토닌 가설이 첫 번째 가설이다. 또한 겨울형 우울증은 일출 시간이 늦어짐으로써 “일주기 리듬 시기가 수면에 비하여 느려지기 때문에 생긴다”는 일주기 리듬 시기의 변화가설이 두 번째 가설이다. 마지막으로 일주기 리듬시기의 감소에 의하여 겨울형 우울증이 발생하고 광치료는 일주기 리듬량의 증가에 의해 이를 호전시킨다는 것이 일주기 리듬량 가설이다.
 

2. 몸에 염증이 올라오고 가렵다면...잘못된 식습관 때문

희귀병으로 알려진 색소성 양진에 걸린 환자의 수가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색소성양진은 가려움을 동반하며 염증이 △가슴 △등 △목 등에 올라와 고통스럽고, 갈색의 색소침착이 남는 질환이다. 본 질병에 대해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며 외부적 요인으로는 물리적 외상이나 의복에 의한 마찰이 있다. 전신적인 요인으로는 △금식 △과도한 다이어트 △케톤증 △당뇨 △임신 등이 있으며 이 중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색소성 양진이 현대 10대와 20대 여성에게 자주 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다이어트 중 일명 ‘황제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다량 섭취하는 다이어트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몸의 주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은 적게 섭취하고 있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러한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우리 몸은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케톤체를 생성한다. 다수의 케톤체가 생성되면 혈액은 산성으로 기울고, 이로 인해 케톤증이 유발된다.   
대한피부과학회지에 의하면 색소성 양진이 발병됨과 동시에 케톤증이 관찰됐고, 케톤증이 소실되면 별다른 치료가 없어도 피부가 다시 제 상태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따라서 케톤증이 단식 및 식이요법으로 인해 발생되어 색소성 양진에 케톤증이 관여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케톤증이 생성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탄수화물을 50~100그램정도 먹어야 한다. 색소성양진 증상이 몸에 나타나게되면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한다. 만약, 병을 방치할 시에는 증상이 더욱더 심각화되어 우리 몸속 내부까지 색소성양진이 발병될 수 있다.
 

3. 눈부시면 'ACHOO' 광 반응성 재채기

‘광 반응성 재채기’는 어둠 속에 있다가 갑자기 강한 빛이나 햇빛에 노출되면 재채기가 발생하는 증상이다. 뇌에 위치한 광 반사 중추는 눈부심을 느끼는 순간 홍채의 동공 괄약근을 수축시킨다. 이때 코 샘에서 콧물 분비를 일으키는 현상이 일어난다. 코점막에 자극을 주면 감각 신경을 통해 자극이 중추에 전달되며 콧물이 밖으로 분비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채기 반사 중추가 작동하여 재채기가 일어난다.
본 질병은 세계 인구 중 15% 정도의 사람에게서 관찰되며 미국에서는 18~35%, 일본에서는 25%가 앓고 있다. 멘체스터 대학의 병리학자 벤보우(Emyr Benbow)는 이 병으로 인해 낮에 운전할 때 긴 터널을 빠져나와 갑자기 햇빛에 노출됐을 때 지속적인 재채기가 일어나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고 했다. 또한 최근 비행 중인 조종사의 사고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등 실생활에서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며 빛 재채기 반사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서는 빛 재채기 반사를 ‘안구 돌출 증후군’으로 명명했으며 이 증후군의 유전적 기초는 아직 알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염색체 우세의 강력한 유전자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며 상염색체 우성 방식으로 유전된다고 말했다. 상염색체는 우리 몸의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로 구성된 염색체로 부모 한 명 당 상염색체의 반틈 씩 유전된다. 즉, 한 명의 부모가 관련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그 자녀는 그 증후군과 관련된 유전자를 받아 증상이 발현될 확률이 50%가 된다. 이 증후군에 대처하는 방법은 외출 시, 모자 또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4. 식욕 감퇴, 혹시 크론병?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 기관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 가능한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다. 이 질환은 대장과 소장에서 발병할 확률이 높으며 주로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층에게 나타난다.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 다수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30년 동안 크론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복통 △설사 △미열 △식욕 감퇴 등의 증상이 4~6주 이상 지속되거나 갑작스럽게 체중이 감소한다면 크론병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방치하기 쉽다. 인제대학교 서울 백병원 소화기 내과 김유선 교수는 크론병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및 면역계의 부적절한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론병 환자는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남대학교 병원 소화기 내과 김현수 교수는 크론병은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 같은 치료제에 반응한다고 언급했다. 치료 초기에는 △경련 및 설사를 완화시키는 지사제 △염증을 감소시키는 아미노 살리실 산계 △복통 및 압통을 완화시키고 식욕은 향상시키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증상이 없는 기간을 장시간동안 유지시켜주는 면역조절제 등 다양한 약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 치료로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장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완치에 이르는 방법은 아직까지 발견해내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발표된 치료 방법으로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염증과 손상된 조직의 파괴를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