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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조해인 기자
  • 입력 2018.09.07 17:16

정부의 누진제 완화 정책, 해결 안 돼

24년 만에 찾아온 폭염으로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관련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정부에서는 이에 따라 지난 7일(화) 누진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누진제가 최초 도입된 것은 1974년으로, 올해로 45년째 유지되고 있다. 누진제의 도입은 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해 화력발전소 발전원가가 크게 상승해 이에 따른 전력 과소비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70년대 한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 공장 가동이 필수적이었다. 이를 위해 전기 절약이 필요했고, 저소득층은 전기를 적게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가정용 누진제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누진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바는 가정용 누진제에 대한 형평성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가정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해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현재 누진제는 200kWh 이하인 1단계는 kWh당 93.3을, 201~400kWh인 2단계에는 kWh당 187.9원, 401kWh 이상을 쓰는 3단계에는 kWh당 280.6원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요금체계는 유지한 채 올해 7월과 8월 두 달 동안만 일시적으로 누진제 완화로 전기 요금을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00kWh 구간에서는 18.1% 할인, 301~400kWh 구간에서는 18.8% 할인, 401kWh 이상에서는 20.6% 할인이 이루어진다. 또한 한국전력공사의 복지 할인을 받아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다자녀 가족, 장애인 가족 등은 30%의 추가 할인된다. 이번 대책으로 도시 거주 4인 가구(350kWh 소비) 기준 약 평균 월 1만 1,000원의 할인 혜택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이번 누진제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9%가 ‘매우 잘한 결정’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18.8%가 ‘잘하지 못했다’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이러한 정책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62.4%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35.9%보다 26.5% 높은 것으로 조사 됐다.
누진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로는 일본, 대만, 미국이 있다. 일본은 300여 개의 전력회사가 있어 회사마다 다양한 요금제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도쿄전력’의 ‘스탠다드형’이 우리의 누진제와 비슷한 가정용 누진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산업용 요금보다 최대 1.4배 수준이다. 대만은 ‘누진제’와 ‘시간별 차등 요금제’ 둘 중 하나를 소비자가 고를 수 있다. 또한 미국은 3000여 개의 전력회사가 있어 회사마다 ‘단일 요금’이나 ‘누진제’를 비롯한 여러 요금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미국의 누진제도 가정용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누진 구간이 2단계로만 구분되고 산업용 요금보다 최대 1.3~4배 수준이다. 한국은 누진율 차이가 3배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고, 누진제 하나를 정해놓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정부는 이 누진제 완화 정책을 2년 전에도 시행한 바가 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있어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한 국민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기존 에너지원과 대체 에너지의 수급 검토, 전력시장 자유화까지 염두에 둔 보다 폭넓은 에너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관해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일반·산업용에 대해 누진제에 준하는 수준의 요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요금만 낮추는 식의 포퓰리즘만 추구할 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전기요금 체제 개편의 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