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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진한(특수교육·13)
  • 기획/특집
  • 입력 2018.08.13 16:06

<기억에 남는 좋은 수업 에세이 우수상> 최고의 수업을 위한 이론과 실제의 황금비율을 찾아서

올해 이 특별했던 수업을 수강하기 전까지 나는 반복되는 수업과 시험의 순환 속에서 대학의 강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채 3년이란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수강했던 대부분의 수업들은 내가 생각했던 대학 교육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론적 교육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가 특수교육이라는 이 특별한 전공을 택했던 이유는 직접적인 현장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혹, 제각기 다른 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 또한 나와 비슷한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론과 실습, 대학교육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우리사회에서 오랜 시간 동안 논쟁거리로서 존재해왔다. 대학의 마지막 학년을 앞두고 3학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앞의 논쟁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에게는 과연 어느 쪽이 더욱 유용할까?’ 내가 배우고 느낀 대학의 수업은 현장과 실제에 대한 교육보다는 유명한 학자들이 연구해온 이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수업이 많았다. 물론, 이론이 바탕이 되어 실제적인 적용이 가능하고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에는 학문의 연구와 발전 또한 포함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교직 생활을 꿈꾸고 학생을 지도하는 길을 선택한 한 명의 대학생의 심정으로는 수업을 통해 배우는 이론은 상대적으로 따분하고 무겁게 다가오곤 했고, 실제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을 선호해왔다. ‘정서·행동장애아교육’ 수업은 이론과 실제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내가 생각해오던 이상적인 수업의 모델을 제시해주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우연히 ‘2017 기억에 남는 좋은 수업’ 에세이에 대한 공지를 보며, 이 기회를 통해 모교의 다른 교수님과 학우들에게 특별했던 이 과목의 구성과 장점을 함께 공유하고자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이 수업은 정서·행동과 관련된 장애를 지닌 아동에 관한 전공과목으로서, 생물학적, 심리 역동적, 생태학적 이론 등에 따라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과 그에 따른 다양한 중재 방안, 정서·행동 장애에 포함되는 장애의 분류, 그리고 의학적인 정의(DSM-5) 등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이다. 주변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을 보이는 ‘ADHD’, 청소년의 비행과 연관되는 ‘품행장애’, 그리고 우울증과 조증을 나타내는 ‘우울장애’ 등이 이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수업은 학생 중심의 중재실연을 통한 학습 과정이었다. 한 학기동안 진행되는 수업의 일정 부분은 학생들의 팀별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협력을 바탕으로 2~3명이 팀을 이루어 진행되는 학생 주도적인 학습이었다. 또한, 교수님의 지도 방식에 따라 다양한 학습·평가방법이 사용되었다. 동영상을 통한 학습 과제, 매 주 평가되던 읽기 과제와 사전 퀴즈, 그리고 중간·기말고사 이후의 마무리 학습시간 관리 등 매우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수업 양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질 높은 수업이 제공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은 실제 아동들과 함께하는 실행 기능 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이었다. ADHD를 가진 초등학생들과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에서 배우는 지식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활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먼저, 중재실연이란 정서·행동과 관련된 장애를 가진 아동에게 필요한 지식·정보·기술을 전달하거나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중재 방안을 수업시간에 적용하고 연습해보는 학습활동 또는 교수방법이다. 중재실연은 3단계에 걸쳐 수행되었다. 1단계에서는 교수와 학생간의 팀별 피드백을 통한 중재 기초안 준비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각 팀별로 장애 영역에 알맞은 중재 방안이 주어지면 각각의 주제에 따라 전공 서적이나 관련 자료를 찾아본다. 더불어 이전에 수행되었던 동일한 중재 방안을 맡았던 팀의 실제녹화영상을 참고하여 팀원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습득한 지식을 중재 방안에 접목시킨다. 위의 일련의 과정 속에서 팀의 협력적 사고를 바탕으로 고유의 창의적인 중재 실연의 기초안을 작성한다. 이 후 도출된 기초안에 대해 교수님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피드백은 언제든 학생이 자문을 구하고 싶을 때마다 찾아갈 수 있고, 교수님은 학생들이 준비해온 기초안을 바탕으로 수정 또는 보완할 부분에 대한 지원과 보충 자료를 제공해준다. 2단계에서는 수업 진행 중 수행하는 중재 실연 과정이다. 각 팀은 실제로 수업에서 중재 실연을 수행하기 전 완성된 기초안을 바탕으로 중재 실연을 문서화하여 전체 중재 내용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로서 중재안을 완성시킨다. 팀당 20-30분간의 실연이 진행되며, 나머지 학생들은 중재안을 보며 해당 팀의 중재 실연에 대해 학생 간의 평가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팀의 중재 실연은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하여 중재 발표 팀 또한 스스로를 평가해볼 수 있으며 다음 수업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3단계에서는 중재 실연 이후 ‘인제대학교 E-캠퍼스’를 활용한 피드백이 진행된다. 중재 실연을 진행하는 팀은 E-캠퍼스에 자신의 팀이 준비한 자료를 교수님이 사전에 준비한 게시판에 업로드 하여 공유한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실연 과정에 대한 개개인의 피드백을 댓글 형식으로 제공한다. 이 후 피드백을 받은 팀은 학생들로부터 평가 받은 내용을 모두 종합하여 다음 수업 시간에 피드백에 대한 토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교수님의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하나의 중재 실연이 마무리된다.

이 수업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종류의 학습과 평가 방법의 적용이다. 앞서 이야기한 중재 실연 과정 또한 여러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수업에 진행되었던 몇 가지의 수업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첫째는 수업 내용과 관련된 동영상과제이다. 대부분의 자료는 교육 방송에서 제작된 동영상으로서 기질, 애착, ADHD, 불안, 그리고 틱 장애에 대한 총 5개의 동영상을 시청한다. 동시에 교수님이 사전에 제공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추론해보는 것이다.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동영상을 시청한 후 질문에 해당하는 답안을 작성하여 정해진 날짜에 알맞게 제출한다. 만약 잘못된 오답이 있을 경우에는 교수님이 개별적인 피드백도 제공된다. 이 방식은 주로 수업의 도입부에 활용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수업 내용의 전반적인 이해와 흥미가 유발된다. 다음으로는 예습 과제와 퀴즈이다. 이는 수업에서 사용되는 교재가 정서·행동장애와 관련된 전문지식을 토대로 집필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 자료를 접하는 학생들이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예습을 통해 매주 수업할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을 사전에 읽고 이에 관련된 간단한 퀴즈를 친다. 물론, 예습과정에서 학생들이 지치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정량의 내용을 제공하여 한 시간 정도의 학습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 습득과 더불어 수업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며, 학습의 효율성도 함께 올라간다. 세 번째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진행 방식이다. 이 수업에서는 전체 두 시간의 시험시간 중 한 시간은 시험을 치루고 나머지 한 시간은 학생들끼리 시험지를 바꾸어 채점함과 동시에 문제에 대한 풀이가 함께 진행된다. 한 문제씩 학생들이 문제를 읽고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다시 한 번 숙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긴장과 재미를 함께 선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의 일부를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평가척도’라는 평가가 있다. 이는 일종의 선별검사로서 정밀한 진단에 대한 필요 유무를 판단하는 평가이다. 이를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아동, 부모 또는 담당교사 중 한 명을 선택하여 선별검사를 실시한다. 위의 실습과정을 통해 검사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으며, 진행된 검사 결과를 해석하여 교수님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면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두 번의 시험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다양한 수업방법을 통해 평가 받는다. 이러한 방법은 학생들의 참여도와 동기부여에 있어 일반적인 학습-평가방법보다 더욱 효율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실행 기능 프로그램과의 연계과정은 ‘정서·행동장애아교육’을 수강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교수님 및 대학원생들과 함께 진행된다. ‘실행 기능 프로그램’이란 김해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운영되는 ADHD학생을 위한 실행 기능 훈련 및 자기주도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실행 기능은 전전두엽 피질에서 담당하는 기능으로 인지 과정을 통제하고 관리한다고 알려져 있는 인지체계로서, 일을 조직화하고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능력, 자기통제능력 등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프로그램은 ‘두뇌UP’과 ‘아이UP’, 두 가지 구성으로 진행된다. ‘두뇌 UP’에서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게임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아이들이 실행 기능을 자연스럽게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아이UP’은 주어진 미션을 자기주도전략으로 해결해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위의 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학생들은ADHD를 가진 아동들과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아동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수업에서 배웠던 다양한 교수 전략과 중재 방안 등을 현장에서 직접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 아동들을 지도하며 이론적인 지식의 함양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현장 위주의 교육을 선호하던 나에게 있어 새로운 깨달음을 준 전환점이 되었다.

‘정서·행동장애아교육’ 수업은 나에게 많은 전공지식을 제공함과 동시에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주었다. 한 명의 예비 특수교사로서 교육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는 더 많은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좋은 수업을 제공하고,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알맞게 개별화 된 학생 중심의 수업, 다양한 방법의 학습 및 평가와 실제적인 활동과의 연계를 통해 보다 더 구조화되고 체계적으로 준비된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내가 이 수업을 통해 더욱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가르치게 될 특수교육대상자의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며, 내가 제공할 교육활동이 그 학생들에게 ‘기억에 남는 좋은 수업’이 되기를 희망한다.

 

<수상소감>

우연히 접하게 되었던 ‘기억에 남는 좋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을 통해 지난 학기 저에게 있어 매우 특별하고 감동적이었던 강좌를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응모를 결심하였습니다. 문장의 표현력이 다소 부족하여 제가 경험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모든 내용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제가 느끼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상을 통해 저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또한, 다른 수상작을 보며 우리 학교에는 많은 학생들을 훌륭하게 이끌어주는 교수님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다양한 강의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방법이나 새로운 수업의 패러다임 등을 공유하고 이어주는 교량이 되어주었다고 믿습니다. 특히, 다양한 수업방식은 학생들뿐 아니라 강의를 주관하시는 교수님들께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이번 공모전 같이 타 학과간의 교류를 증진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공모전이 더 많이 생성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가치있고 소중했던 기회를 제공해준 이번 공모전을 주관한 학부교육혁신처 관계자분들과 시상해주신 총장님, 그리고 에세이의 주제 수업을 강의해주셨던 특수교육과 문현미 교수님께 수상소감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