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받았던 대중들의 열렬한 사랑을 뒤로하고 막을 내렸던 예능 ‘무한도전’의 총 책임자 김태호PD가 지난달 24일(목) 인제렉처시리즈의 일환으로 본교를 찾았다.
김PD는 1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이끌어 오며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와 더불어 그로 인해 가능했던 프로그램과 김PD 본인의 성장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컨텐츠와 플랫폼 사이에서
김PD는 ‘무한도전’과 관련한 스토리를 풀어내기에 앞서 PD로서 컨텐츠와 플랫폼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 고민이 현재진행중에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컨텐츠에 맞는 플랫폼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플랫폼에 맞는 컨텐츠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 김PD는 그가 이끌었던 무한도전이라는 컨텐츠를 MBC라는 플랫폼에 맞춰서 잘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 나아가 무한도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플랫폼 사이에서 살아남을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과 고민에 그는 해답을 찾을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무것도 없던 무한도전
지금으로부터 13년전인 2005년 4월,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타이틀로 첫방송을 했다. 당시, 제작됐던 프로그램의 로고는 초창기 멤버들과 모여 함께 회의를 나눴던 밥상이 모티브가 됐다. 김PD는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광고라 여겼다”며 “로고를 잘 활용해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하고자 노력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그는 무한도전 로고를 활용해 후드티나 모자 등을 제작해 판매했고, 그 결과 수십억대의 이익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무한도전이 점차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던 무렵, 가능했던 이야기다. 초창기 무한도전은 시청률이 4%대였고, 이로써 프로그램이 생겨난지 한달만에 폐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13년전 무한도전은 아무것도 가진게 없었다.
꾸며지지 않은 것에서 오는 재미
프로그램이 생기고 6달이 흐른 2005년 10월, 프로그램은 ‘무리한 도전’이라는 타이틀로 개편했다. 김PD는 멤버들의 컨셉을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인물로 잡았고,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크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왔다. 시청률도 기존보다 조금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타 방송국의 쟁쟁한 프로그램들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김PD의 고민은 이어졌고, 그때 그의 눈에 녹화 중간, 쉬는 시간이면 인간미 넘치는 털털한 멤버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에 큰 매력을 느꼈고, 그가 해왔던 고민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이것이 현재 무한도전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기존의 틀을 깨려는 노력
2006년 5월, 현재의 무한도전이 탄생했다. 당시, 김PD는 “대세와는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이야기했다.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기존의 편집 시스템과 자막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단 2대의 카메라만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때문에 단순한 앵글만 잡을 수밖에 없었고, 나아가 멤버들이 자유롭게 멘트를 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그는 총 8대의 카메라를 두어 멀티카메라 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다양한 구도에서, 멤버들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또한, 자막 역시도 보다 촘촘하게 구성했다. 단순히 멤버들의 멘트를 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음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자막을 배치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막을 넣는 것에 있어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PD의 노력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환호와 사랑으로 그 결실이 보여졌다.
기존의 틀을 깨고자 했던 김PD의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달력모델이나 봅슬레이 등의 장기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가요제 등의 시즌별 컨텐츠를 두기도 했다. 화두가 되고 있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정면돌파하며 무한도전만의 색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이는 현재의 무한도전을 완성해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김PD는 계속해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래서 “휴식기를 가지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있다”고 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말의 산증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